로이뮤드의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반노의 입장에서 로이뮤드들이 줄어나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단 하나의 호기심이 점점 커지는 것이 그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었다. 바로 특별하지 않다면 않은 한 남자. 토마리 신노스케라는 인물이 줄기차게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이용가치는 높아져만 갔다. 고우가 그렇게도 살리고 싶어했던 남자, 체이스의 내면적 다급함을 느끼게 할 수 있었던 남자, 하트가 필요로 했던 남자.


 “토마리 신노스케를 데려와. 약속의 수에 쓰일 로이뮤드를 제외하고 새로운 즐거움으로 남길 좋은 기회지.”

 “반노. 네놈은 어디까지…….”


 크림이 선택한 초인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미래의 즐거움을 예상한 반노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명령을 듣자마자 빠르게 몸을 돌려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메딕은 충실하게도 바로 신노스케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이 나자 하트는 급히 몸을 돌렸다.

 막무가내로 도시를 습격하고 사람들을 공격하자 역시나 빠르게 장소에 나타난 라이더는 당황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노의 계획이라기엔 빈틈투성이에 무차별적인 공격이었기에 춤을 추듯 건물을 파괴해나가는 메딕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몰랐다. 그만둬!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윙윙거리는 울림과 폭발음에 사람들의 비명까지 합쳐져 상황은 더더욱 나빠져만 갔다. 결국, 체이스가 메딕과 난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곧 신노스케는 고우와 함께 시민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빨리 도망치세요.”

 “신 형님! 건물 쪽에도 있는 것 같……!”

 “고우!”


 귀를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건물의 잔해가 고우와 신노스케의 사이로 무너져내렸다. 완벽한 고립의 상황에 신노스케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을 끌어안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아니, 눈앞에 나타난 하트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야가 흐릴 정도로 뿌옇게 주위를 가득 채운 먼지 속에서 시민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신노스케는 점점 애가 탔다. 최악이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빠르게 눈속임을 해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다. 신노스케는 시민을 조심스레 뒤쪽에 내려두고 하트에게 달려갔다.


 “토마리 신노스케.”

 “……?!”

 “네가 따라온다면 우린 이대로 물러나겠다.”


 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하트의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 망설일 시간에 스스로가 조건에 응해 따라간다면 더 많은 시민을 구할 수 있었다. 로이뮤드태를 풀어버리는 하트의 모습에 신노스케는 천천히 팔을 내렸다. 함정이라는 급한 벨트씨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을 정한 신노스케는 변신을 해제했다. 잘 생각했다라 하트의 말이 스쳐 지나가듯 들린 것도 잠시, 복부에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끊어지는 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신노스케는 눈을 감았다.

 허전한 허리와 싸하게 몸을 감는 추위가 정신을 때려왔다. 누군가에게 몸이 들려 질질 끌리는 다리를 제 의지로 움직이지 못해 힘이 빠져버린다. 바들바들 떨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올리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골드 드라이브였다. 어떠한 표정인지도 알 수 없는 가면 안에 숨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이 절로 소름이 돋았다. 하트를 따라가기로 결정 했을 뿐이지 이렇게 강제적으로 잡혀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 당연히 벨트씨의 말이 맞았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눈 떴으니 제대로 정신 차리고 있는 게 좋을 거야. ?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이 나의 원대한 계획에 참여하게 해줄테니까.”

 “웃기지 마. 누구 마음대로…….”


 이렇게 묶여서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나? 반노는 즐거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신노스케의 목을 잡았다. 목을 잡은 손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턱 막혀오는 숨을 쉬기보다는 차오르는 반발심과 적개심에 신노스케는 똑바로 반노를 노려보았다. 점점 붉어지는 얼굴과 절로 나는 앓는 소리를 삼키며 그가 한계에 도달할 즈음 반노는 목을 놓아주었다.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이 멍이 되어가고 신노스케는 찔러 넣어지는 주사 바늘과 알 수 없는 약의 효과에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따뜻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가벼운 상태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누워있는 것이 맞는지도 모를 자신의 부유한 몸 자체를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대신해주는 호흡과 멍해진 머리로는 싸움에 녹아버린 평화를 세뇌당하고 있었다. 문득 새어 들어오는 빛이 문을 두드렸다. 드디어라면 드디어, 신노스케는 눈을 떴다.

 여긴? 스스로 의문을 가져도 답을 낼 만큼 전의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꿈같은 현실에서 겪고 있던 부유 현상은 실제로 자신의 몸이 물속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허연 나체에 덕지덕지 온몸에 꽂혀있는 바늘들을 타고 정체 모를 액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멍한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틀어막힌 입가의 구속구는 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목과 얼굴 자체의 움직임을 틀어막고 있었다. 곧 불어 터져버릴 것만 같은 피부가 감각을 잃어갔다.

수조의 앞쪽에서 반노는 만족스러운 웃음소릴 흘렸다. 토마리 신노스케라는 자의 신체능력은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들의 평균점에 위치한 점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노가 흥미를 느꼈던, 이렇게 남자를 실험체로 사용할 정도의 뛰어난 점. 육체의 능력이 아닌 오로지 사건을 해결하고 다녔던 융통성과 진행력, 모든 것을 아울러 한층 반노 자체가 완벽해질 수 있도록 하는 자체를 옮기려고 하는 중이었다. 쓸모없는 부분은 모두 제외해버려, 시간이 없다. 이곳이 발각되는 일은 시간 문제인걸 알고 있었다. 거의 다 끝나간다. 신노스케의 정신 자체를 무너뜨려 이미 제정신으로 자의로 숨을 쉬는 것조차 할 줄 모르는 텅 빈 육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을 감정은 공포.


다 됐군.”


 반노의 드라이버와 이어진 선이 뽑히고 동시에 신노스케에게로 향하던 약물들의 움직임 또한 멈췄다. 곧이어 멈춰질 전력과 산소 공급을 기대하기엔 아직 일렀다. 그는 일부러 잠시 동안 컴퓨터의 전원을 내리지 않고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 녀석의 말로 하자면, 재미는 나부터 보는거다. 어리석은 놈들.

며칠 동안 전혀 연락이 없던 신노스케에게서 신호가 왔다. 체이스와 고우는 빠르게 신호가 잡힌 건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건물 안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적이 숨어있을지 모르니 변신을 풀지 않은 채로 그들은 바짝 주위를 둘러보며 앞으로 향했다.


 “고우.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잠시. 나도 들려.”


 첨벙이는 소리, 물이 새는 소리가 바로 옆쪽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문을 박차고 넓은 방 안으로 뛰어들어 갔을 때 둘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저게 뭐야! 어이 신 형님!”

 “부순다, 고우!”


 커다란 수조 안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한눈에도 창백해진 피부와 터져 나올 듯한 온몸. 자신을 구해주러 온 고우들이 보이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수조를 두드리다 못해 살이 찢어져나가고 있었다. 물속에 가라앉아 들리지 않는 목소리, 살고 싶어. 살려줘. 뻐끔대는 입이 서서히 멈춰간다.

파열음과 함께 깨져버린 수조에 달려가 힘없이 쓸려 나오는 신노스케의 몸을 안아 들어 올린 체이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갔다. 변신을 풀어 잡히는 감촉조차 제대로 된 사람의 피부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물이 체이스의 옷을 적셔나가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노스케가 살아있느냐, 그뿐이었다.


 “신노스케. 정신 차려라. 신노스케!”


 터덜터덜 다가온 고우도 체이스도 고개를 숙여 숨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제 숨을 참으면서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무정하게도 그들에게 들려온 소리는 숨소리가 아닌 노이즈가 섞인 반노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그의 목소리가 유독 날카롭게 귀에 박혀 들었다.


 [이제 필요 없는 쓰레기가 되었으니 특별히 너희에게 넘겨주도록 하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어땠나? 나는 이제 완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제 남은…….]

 “닥쳐. 닥쳐! 닥치란 말이야!”

 “…… 고우. 신노스케는 이미.”


 그럴 리가 없잖아. ? 고우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겨우 찾았는데 죽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죽어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고. 자리에 주저앉은 고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다 이내 울음으로 바뀌어 버리는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에 체이스는 천천히 신노스케를 바닥에 눕혔다. 다시 이렇게 죽어버린 그의 모습을 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살릴 수 없게 죽어버린 신노스케를 보며 드는 참담함은 가슴을 죄어왔다. 굳어져 버린 뻣뻣한 몸뚱어리에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체이스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 신노스케에게 덮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소식이 없어 뒤늦게 달려온 모두가 왔을 때야 간신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토마리 신노스케의 죽음은 두 번째다. 시끄러운 언론을 뒤로하고 특상과의 소수의 인원만이 참가한 채 장례식은 이루어졌다. 그 외의 인원을 부르고 싶었지만, 부를 수 없었던 모종의 이유도 존재했다.

 신노스케의 시체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모두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게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게 녹아내려간 그의 시체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체이스는 문득 반노의 말이 떠올랐다. 고우의 말에 묻혀 언뜻 듣지 못하고 넘겨버렸을 말은, 결국 허울뿐 아닌 우롱이었음에 주먹으로 벽을 내려쳐 분노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것은 쓰레기를 안고 오열할 너희를 구경하는 일만 남았군. 아니, 안고 있을 수는 있을까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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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합작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합작 링크는 → http://brillanteyou.wix.com/deathamusement#!choice-1/c1o27

by 레슷 2016. 5. 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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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히는 일은 쉽다. 고우는 눈앞에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곧 일어날 것을 알고 있기에 굳이 챙겨주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아니, 지쳤다고 하는 게 옳다.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나도. 체이스가 발작적으로 모든 것이 리셋되기 시작한 지 한 달. 크림의 예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체이스는 끊임없이 주위를 잊었다. 반복되는 일은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어 주위마저 공허하게 만든다. 체이스가 눈을 뜨면 이번의 교육담당은 고우 자신이다. 한숨을 푹 쉬어도 복잡해진 머리는 정리되지 않았다. 

 

 "아. 어쩌라는 거야."


 처음으로 그가 쓰러지고 눈을 떴을 때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000이라는 숫자만이 남아있었을 뿐, 체이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고장 나버린 고철 덩어리마냥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에 모두는 말을 삼켰다. 어째서라는 의문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모순으로. 수도 없이 말하고 말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체이스는 다시 모두를 잊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전투 중 쓰러진 남자는 기억을 잃을거란 사전 예고를 했다. 신노스케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고우는 체이스를 들어 올려 현장을 이탈했다. 못내 그것이 분했다. 챙기는 거에 질려, 전투마저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는 분함. 

 그렇게 고우가 한참을 무료하게 보낼 무렵이었다. 체이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흐릿한 시선이 곧 고우에게로 옮겨졌지만 제대로 쳐다보는 것은 아니었다. 눈앞의 경계대상이 고우였을 뿐이다. 


 "고우."

 "응? 뭐야, 너 나 알아?"


 체이스에서 튀어나온 첫 말은 고우의 이름이었다. 언제나와 같은 목소리로 고우를 부르고 고개를 끄덕인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고우였다. 쓰러지기 시작한 이후로 체이스가 제대로 누군가를 기억한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헛웃음을 지으며 고우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참으며 항상 하던 대로 확인차 질문을 건넸다.


 "네 이름은?"

 "없다."

 "……응?"

 

 고개를 저어 보이는 그에서 고우는 또다시 황당함을 느끼고 말았다. 어째서? 다른 질문의 답도 마찬가지였다. 체이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으로 내뱉은 고우라는 단어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고우의 물음은 끊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를 정리할 시간을 줘, 망할 체이스. 굳어진 고우의 표정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체이스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고우이다. 











*



리셋되고 리셋되도 고우의 이름만은 기억하는 체이스가 보고 싶었습니다만 ... 


by 레슷 2016. 4.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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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키스]


 “신 형님!”

 “?”

 급한 목소리로 신노스케를 부르는 고우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빨리 이쪽으로 와! 재촉하는 눈길에 신노스케는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두고 걸음을 옮겼다. 초조해 보이지는 않지만, 성급히 그를 찾고 있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것도 잠시였다. 둘의 사이가 좁혀질수록 고우의 얼굴에는 점차 미소가 퍼져나갔다. 네 걸음……한 걸음. 더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즈음, 고우는 신노스케의 넥타이를 잡아끌어 입술을 겹쳤다.

 “……!”

 “내 입술이 신 형님의 입술을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죽는 줄 알았네.”

 “너 말이야. 여긴 내 직장이라고!”

 “내 임시 직장이기도 하잖아?”



[포뮬러]


 마지막 수단이었다. 벨트씨와 내가, 우리가 모두 살 방법은 이거 하나야.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박살 난 포뮬러포를 떨어트리며 중얼거렸다. 트라이도론으로 변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건 포뮬러였다. 고우도 체이스도 더 이상은 일어날 수 없는 상태, 신노스케는 마음을 굳힌 채 벨트에 시동을 걸었다.

 고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로이뮤드의 본체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귀를 찢을 듯한 비명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비명 소리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까, 신음과도 같은 소리에 옮겨진 시선의 끝에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남자의 몸뚱어리가 존재했다. 고우는 급히 달려나가 그의 몸을 받았지만 탈것 같은 뜨거움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신 형님. 신 형님!”

 “하으, . 흐으.”

 “고우! 신노스케를 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상당수의 근육도 끊어졌다!”

 괴롭다는 얘기도 하지 못한 채 온몸을 비트는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by 레슷 2016. 4. 20. 20:45


[드라이브/브렌*메딕] 의외의 선물


 

 

초콜릿, 사탕의 향기가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남녀의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연인들의 사랑스러운 말들이 지나가는 와중 멀찍이 떨어져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는 그들은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브렌. 아직 멀었어요?”

당신이 내 안내를 받아서 가는 게 아니라 멋대로 먼저 가고 있지 않습니까! 나를 따라오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브렌을 따라가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닌걸요.”


메딕과 브렌이 한참을 다투며 가려 하는 곳은 바로 초콜릿 전문점이었다. 머지않은 발렌타인데이라는 인간들의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가장 유명하다는 상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목적은 당연하게도 단 하나였다. 하트 님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서.

사실 그들은 기념일을 챙길 생각이 없었다. 기념일이라는 것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축제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기쁨을 느끼던 하트의 지나간 한마디의 말이 메딕과 브렌을 절로 움직이게 하였다. 그저 인간들은 언제나 행복해 보여, 이 말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알 수 있는 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쯤 이려나요?”

.”


브렌은 얼굴을 쉴 새 없이 닦으며 작은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다고 인터넷상에는 나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볼 때 브렌의 눈엔 모두가 몰려다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표정을 구긴 그의 앞에서 대비되도록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 다니던 메딕은 황급히 우산으로 브렌의 어깨를 건드렸다. 말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브렌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메딕은 한껏 밝아진 얼굴로 앞을 가리켰다. 저쪽인가 봐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듯 브렌은 메딕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유독 사람들이 질서를 지켜 줄을 서고 있는 한 가게 앞은 북적북적 거리며 시끄러움이 더 했다.


역시 예상대로 지금 사람이 가장 적군요. 저는 계산적이고, 총명하고, 완벽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딕은 줄에 합류해 가게의 알바생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아들고 있었다.

어머.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하네요. 어서 들어가요.”

…….”


손에 들린 것은 뽑기 이벤트 종이었다. 사람이 많은 와중, 우선적으로 가게에 들어가 초콜릿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뽑기 이벤트에 당첨된 메딕은 브렌을 잡아 끌었다. 어쩜 이런 부분에서도 운이 좋은 건지. 애써 사람이 적을 시간을 알아온 브렌은 또다시 느껴지는 의문의 패배감에 그대로 메딕에게 이끌려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종류의 초콜릿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은 다른 부류의 행사였다. 지정된 큰 초콜릿을 가져오면 그 위에 이름을 그 자리에서 써주고 돈을 더 내면 케이크까지 함께 증정해주는 일종의 발렌타인 특별 행사였다. 예약은 필요하지 않았고, 그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소식이 매년 들려올 정도였기에 밖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브렌과 메딕은 이리저리 하트에게 어울릴만한 초콜릿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하트에게.”

여기서 제일 큰 거로 하도록 해요. 하트 님이 기뻐할 수 있도록.”

메딕. 그 정도는 나도 압니다! 어린애에게 하듯 말하지 마시죠. 흠흠. 그럼 저쪽의 저건 어떨까요. 이 가게에 있는 것 중 가장 커 보입니다.”

좋아요. 저걸로 해요.”


둘이 고른 초콜릿의 크기는 말 그대로 거대했다. 양손으로 끌어안고 들고 가야 할 크기였고 결국 점원의 도움을 받아 이름을 써주는 곳까지 가져가기에 성공했다.


이름은 어떻게 써드릴까요?”


동시에 튀어나온 하트라는 이름에 점원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진지하고도 어린아이 같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에 점원은 이내 글씨를 큼지막하게 써내려갔다. 이름이라고 말하기엔 이름답지 않은 단어였고 길지도 않았기에 멋스럽게 쓰인 하트라는 이름이 그 무엇보다도 브렌과 메딕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자아. 브렌이 들어요.”

당연히 제가 들어야겠죠, 이것도 예상했습니다.”

! 이것도 들어요.”


큰 박스에 포장된 초콜릿을 브렌의 양손에 얹어준 메딕은 방금 생각난 것처럼 옆쪽에 진열되어 있던 작은 초콜릿 하나를 들어 브렌에게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작은 초콜릿을 받아낸 브렌은 표정을 구기며 메딕을 쳐다보았지만, 이어진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먹던가요.”

“?”

먹기 싫으면 하트 님 드릴 테니 알아서 해요. , 빨리 나가요!”

날 주는 건가요.”


돈을 계산대에 던지듯 올려두고 메딕은 빠르게 가게를 나섰다. 부끄러워하는 거라 믿기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브렌의 마음이다. 그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메딕을 따라가 표정을 보고 싶었다. 퉁명스러운 얼굴이나 그냥 언제나와 같던 얼굴이나. 하트를 위해 준비한 초콜릿 위에 올려진 작은 초콜릿. 그 향이 왠지 모르게 좀 더 달콤하다고, 브렌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특촬 이성합작에 참여했던 작품입니다. http://heromance214.tistory.com/13

by 레슷 2016. 4. 20. 20:34


[드라이브/토마리 신노스케] 덤불 속의 남자

 


마리 신노스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 끼어 어색한 표정으로 표를 들고 있는 모습이 혹여 다른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곧 지켜보고 있던 화면에 자신이 들고 있던 영화 표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이런 건 영 익숙하지 않아.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신노스케는 넥타이를 고쳐매고는 영화관 안으로 향했다.

사건의 발단,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사소한 일이지만. 신노스케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로이뮤드와의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싸움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가 안쓰러워 보였던 것일까, 키리코와 고우는 몰래 신노스케를 위한 계획을 짰다.

 

사람이 좀 힘들고 이럴 땐 울어주고, 화도 내고 해야 하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신 형님도 지금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통 우리 앞에서는 괜찮다 뭐다 아주 가끔 화를 낼락 말락. 영화관이라도 보내버리자고 누나. 로이뮤드자식들이 오면 내가 막으면 되고. 요즘 잠잠했잖아.”

 

대부분 고우의 의견과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명 신노스케 스트레스 풀어주기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가장 슬프다는 평이 많은 영화를 찾아 표를 예매해 신노스케에게 건넸다.

 

이게 뭐…….”

자아. 누나랑 내 선물! 어서 보러 가!”

맞아요. 어서 보러 다녀오세요. 항상 땡땡이도 잘 쳤잖아요? 오늘은 제가 봐 드릴게요 특별히.”

 

? 짧은 단말마와 함께 등을 떠밀리기가 조금 전, 현재로 돌아와 신노스케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도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자리에 앉아버리니 몰려오는 로이뮤드에 대한 걱정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광고들과 하나씩 줄어가는 말소리들. 어두워지는 내부의 모습에 신노스케는 곧 화면에 시선과 생각을 고정했다.

그런 신노스케의 옆에 수상한 모습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딱 봐도 변장이라는 게 티가 나는 둘, 키리코와 고우는 이미 불이 꺼진 상태에서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허둥대는 그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죄송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자리에 들어왔을 때, 영화는 시작되었다물론 둘의 시선은 신노스케에게 계속해서 옮겨졌지만 말이다.

 

[당신이 함께 해줘요. 나를 혼자 두지 말아줘요.]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고 뻔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 그들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었다. 벌써 주위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한지 단 1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소문이 틀리지 않음에 둘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영화에도 집중해야 했지만 주된 목적은 신노스케의 반응이 어떤지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일까. 신경 쓰이지 않도록 화면과 그를 번갈아가며 보던 그들은 언제나와 같은 표정의 신노스케를 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영원히 좋아해요.]

[이대로 충분하지만,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이제 아픈 모습을 보이는 것도 조금이네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와 절정에 치닫는 내용은 절로 관객들에게 눈물을 뽑아냈다. 애써 올라오는 눈물을 꾸역꾸역 참으며 신노스케에게 시선을 돌린 키리코 들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든 것도 순간이었다.

신노스케는 멍하니 화면을 보며 울고 있었다. 닦을 생각조차 없이, 영화에 집중하고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자기가 운다는 자각은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조용한 울음이었다. 꼿꼿한 자세에서 떨어지는 눈물들은 차갑게 정장에 스며들어갔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따스했지만 바로 차갑게 식어갔다. 순전히 영화에 집중해 흘리는 눈물이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맘껏 울 수 있다. 좋은 변명에 숨어있던 답답함이 풀어져나갈 수 있다면 스스로가 모르는 계획에 완벽히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눈물범벅이 되어 한 대사, 대사가 나올 때마다 쉴 새 없이 눈을 깜박이는 그에게서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흐느낌과 영화 소리에 묻힌 걸지, 아니면 그저 정말로 우는 소리가 나지 않았던 건지 키리코와 고우는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이 불편했을 뿐이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자신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속의 답답함을 울어서라도 풀길 바라며 한 일이었다. 막상 우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시원한 울음 따위가 아니었다. 쌓이고 쌓여 이제야 간신히 숨통이 트인 아이처럼 우는지도 모르게 흘리는 눈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줘요.]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의 손을 잡는 주인공들의 잔잔한 마무리와 함께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불이 켜지고 삼삼오오 눈물범벅인 얼굴로 하나둘 자리를 뜨고, 신노스케는 사람들이 모두 나갈 즈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해진 시야에 들어온 그의 얼굴은 예상외로 꽤 밝은 표정이었다.

 

……그럼 가볼까나.”

신 형님!”

으악! 둘이 여기 왜 있어!”

당연히 저희도 영화 보러 왔죠. 왠지 혼자 보내니까 같이 보고 싶어져서.”

 

영화관을 나서는 신노스케의 뒤를 쫓아 천연덕스럽게 그에게 합류한 고우와 키리코는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재밌었어요? 신노스케에게서 돌아올 답이 어떻건 상관없었다. 털어버렸다는 믿음이, 영화를 보며 운 그가 답을 냈다는 얼굴을 했기에.

 

재밌었어.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으니 다음에는 다 같이 또 보러올래?”

 

서로 약속을 하고 특상과로 돌아가는 걸음은 가벼웠다. 근 미래에 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 채, 아직은 좀 더 행복해진 이 때를 즐기며 말이다.

 

 

 

 

*후로 가면라이더 3/4호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개인적인 날조설정이 들어가있습니다


합작에 참여한 글입니다. → http://tokusatsu.tistory.com/1

by 레슷 2016. 4.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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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명상을 한다. 그 이상으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하루를 보내는 모두를 이렇게나마 응원하고 근근히 일을 돕던 우츠세미마루는 문득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앞으로부터 다가오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이 작은 부담감이 점점 커져 오고 있다. 궁극적으로 싸움을 하기 위해, 싸움을 했기에 일상을 잊고 지낼 수 있었다. 킹이 무사히 돌아오는 마지막 바람은 이루어졌다. 


 "이제 소인은 무엇을 할지."


 머물던 신사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우츠세미마루는 경건히 대화를 이어나가곤 했다. 그저 수행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승려들은 그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만 한 것은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조언을 해줄 수 없다는 문제였다. 쿄류쟈의 누군가 찾아오면 즐거워 보이는 그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습니다. 우츠세미마루는 이 말에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하고 잠시동안 그들과 함께 있다 보면 현실이 살짝 잊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꿈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요."

 "꿈…… 꿈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찌 갑자기 꿈을 찾겠소이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거창한 미래의 꿈 말고 사소하게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해보는 것이지요."


 승려의 말을 여러 번 곱씹은 우츠세미마루는 한창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소원으로 빌었던 얼음과자,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는 꿈은 결국 데보스군의 힘으로 이루었지만 먹지도 못하고 처리해버렸던 일로 남았었다. 그렇다면 이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남자는 명상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가장 한가로우실 분은……. 

 그렇게 찾아가게 된 사람은 바로 킹이었다. 갑자기 찾아와 부탁을 하는 우츠세미마루에게도 흔쾌히 재밌을 것 같다며 함께 있던 아미를 끌고 나와 그들은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온종일 먹다 보면 그게 바로 꿈을 이루는 일이 될 거라는 힘찬 외침과 함께 말이다. 


 "돈은 내가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 웃치의 꿈을 이루기라, 이거 신나는데?"

 "킹님과 아미님이 함께 해주시니 감격해서 눈물이 절로 나려 합니다!"

 "와우. 좋아! 나도 먹어도 되는 거지?"

 "응? 여기서 다들 뭐 해?"


 오오. 소우지잖아! 너도 바쁜 거 아니면 들어와. 킹의 손에 잡혀 먼저 들어왔던 아이스크림 가게로 잡혀들어온 소우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마침 학교가 끝나 돌아가던 도중으로 보였고, 눈 깜짝할 새 소우지의 앞에도 아이스크림이 대령됐다.


 "무슨 일인지 설명은 해주는 게 어때? 이 아이스크림은 뭐고?"


 소우지의 말에 우츠세미마루는 급히 머리를 숙이며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아미는 스푼을 내려놓으며 그의 등을 때렸다. 화들짝 놀라는 것도 잠시, 여자를 양옆에 끼고 그 옆을 지나던 이안을 발견하고 잡아온 킹은 뿌듯한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안하다며 여자친구들을 보내고 이안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서로가 한 가게 앞을 지난 우연도 모자라, 모여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츠세미마루는 충분히 행복했다. 


 "잠깐. 놋상도 부르자. 이왕 우리끼리 모인 거."

 "오호라. 나를 빼고 한다 했으면 실망을 실만큼 했을지도?"

 "아. 아하하. 바쁜 거 아니었어?"


 수건을 목에 걸치고 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온 노부하루의 모습에 모두는 째려봄이 아닌 웃음으로 그를 맞아주었다. 어디서 듣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결국 쿄류쟈의 레귤러 멤버가 전원 모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장내와 언제나 타이거 보이에서 만났던 그들이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니. 정작 이곳의 주인공 격인 우츠세미마루는 아이스크림에 제대로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왜 안 먹어 웃치! 하나 둘 그에게 스푼을 쥐어주자 우츠세미마루는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이내 촉촉해진 눈가를 애써 숨기려 아이스크림을 급히 퍼먹기 시작했다. 

 

 "웃치. 울어?"

 "아.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꿈이란 거, 이루기 어려운 게 아니라 생각 돼서……."

 

 우츠세미마루에게 그들이 함께하는 아이스크림 먹기는 분명 꿈같았다.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했으니 꿈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동료와 함께하는 아이스크림 먹기는 꽤나 감동적인 일이었다. 아이스크림은 맛있었고 그에 따르는 동료들의 웃음소리는 더더욱 달콤했다. 


 "킹. 늦었지만 무. 잘 먹을게."

 "이야. 아이스크림을 킹에게 얻어먹으니 킹사이즈로!"

 "여기 아이스크림은 진짜 맛있다고!"

 "모두. 소인의 꿈을 위해 모여주셔서 정말 감읍할 따름입니다."


 킹과 모두는 호탕하게 탁자를 치며 아이스크림 그릇을 들어 올렸다. 건배를 하는 시늉을 하고 대차게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와중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우츠세미마루는 울며 웃는 가히 가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뻐하고 있었다. 가볍게 먼저 이루어 보자고 했던 목표같았던 꿈이 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언젠가 생길 꿈을 다시 한 번 새기며 우츠세미마루는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by 레슷 2016. 1. 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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