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뮤드의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반노의 입장에서 로이뮤드들이 줄어나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단 하나의 호기심이 점점 커지는 것이 그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었다. 바로 특별하지 않다면 않은 한 남자. 토마리 신노스케라는 인물이 줄기차게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이용가치는 높아져만 갔다. 고우가 그렇게도 살리고 싶어했던 남자, 체이스의 내면적 다급함을 느끼게 할 수 있었던 남자, 하트가 필요로 했던 남자.
“토마리 신노스케를 데려와. 약속의 수에 쓰일 로이뮤드를 제외하고 새로운 즐거움으로 남길 좋은 기회지.”
“반노. 네놈은 어디까지…….”
크림이 선택한 초인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미래의 즐거움을 예상한 반노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명령을 듣자마자 빠르게 몸을 돌려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메딕은 충실하게도 바로 신노스케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이 나자 하트는 급히 몸을 돌렸다.
막무가내로 도시를 습격하고 사람들을 공격하자 역시나 빠르게 장소에 나타난 라이더는 당황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노의 계획이라기엔 빈틈투성이에 무차별적인 공격이었기에 춤을 추듯 건물을 파괴해나가는 메딕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몰랐다. 그만둬!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윙윙거리는 울림과 폭발음에 사람들의 비명까지 합쳐져 상황은 더더욱 나빠져만 갔다. 결국, 체이스가 메딕과 난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곧 신노스케는 고우와 함께 시민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빨리 도망치세요.”
“신 형님! 건물 쪽에도 있는 것 같……!”
“고우!”
귀를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건물의 잔해가 고우와 신노스케의 사이로 무너져내렸다. 완벽한 고립의 상황에 신노스케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을 끌어안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아니, 눈앞에 나타난 하트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야가 흐릴 정도로 뿌옇게 주위를 가득 채운 먼지 속에서 시민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신노스케는 점점 애가 탔다. 최악이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빠르게 눈속임을 해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다. 신노스케는 시민을 조심스레 뒤쪽에 내려두고 하트에게 달려갔다.
“토마리 신노스케.”
“……?!”
“네가 따라온다면 우린 이대로 물러나겠다.”
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하트의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은 진심이 느껴졌다. 망설일 시간에 스스로가 조건에 응해 따라간다면 더 많은 시민을 구할 수 있었다. 로이뮤드태를 풀어버리는 하트의 모습에 신노스케는 천천히 팔을 내렸다. 함정이라는 급한 벨트씨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음을 정한 신노스케는 변신을 해제했다. 잘 생각했다―라 하트의 말이 스쳐 지나가듯 들린 것도 잠시, 복부에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끊어지는 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신노스케는 눈을 감았다.
허전한 허리와 싸하게 몸을 감는 추위가 정신을 때려왔다. 누군가에게 몸이 들려 질질 끌리는 다리를 제 의지로 움직이지 못해 힘이 빠져버린다. 바들바들 떨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올리자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골드 드라이브였다. 어떠한 표정인지도 알 수 없는 가면 안에 숨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이 절로 소름이 돋았다. 하트를 따라가기로 결정 했을 뿐이지 이렇게 강제적으로 잡혀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 당연히 벨트씨의 말이 맞았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눈 떴으니 제대로 정신 차리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응?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이 나의 원대한 계획에 참여하게 해줄테니까.”
“웃기지 마. 누구 마음대로…….”
이렇게 묶여서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나? 반노는 즐거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신노스케의 목을 잡았다. 목을 잡은 손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턱 막혀오는 숨을 쉬기보다는 차오르는 반발심과 적개심에 신노스케는 똑바로 반노를 노려보았다. 점점 붉어지는 얼굴과 절로 나는 앓는 소리를 삼키며 그가 한계에 도달할 즈음 반노는 목을 놓아주었다.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이 멍이 되어가고 신노스케는 찔러 넣어지는 주사 바늘과 알 수 없는 약의 효과에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따뜻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가벼운 상태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누워있는 것이 맞는지도 모를 자신의 부유한 몸 자체를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대신해주는 호흡과 멍해진 머리로는 싸움에 녹아버린 평화를 세뇌당하고 있었다. 문득 새어 들어오는 빛이 문을 두드렸다. 드디어라면 드디어, 신노스케는 눈을 떴다.
여긴? 스스로 의문을 가져도 답을 낼 만큼 전의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필요한 만큼의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꿈같은 현실에서 겪고 있던 부유 현상은 실제로 자신의 몸이 물속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허연 나체에 덕지덕지 온몸에 꽂혀있는 바늘들을 타고 정체 모를 액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멍한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만 같았다. 틀어막힌 입가의 구속구는 호흡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목과 얼굴 자체의 움직임을 틀어막고 있었다. 곧 불어 터져버릴 것만 같은 피부가 감각을 잃어갔다.
수조의 앞쪽에서 반노는 만족스러운 웃음소릴 흘렸다. 토마리 신노스케라는 자의 신체능력은 그리 뛰어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들의 평균점에 위치한 점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노가 흥미를 느꼈던, 이렇게 남자를 실험체로 사용할 정도의 뛰어난 점. 육체의 능력이 아닌 오로지 사건을 해결하고 다녔던 융통성과 진행력, 모든 것을 아울러 한층 반노 자체가 완벽해질 수 있도록 하는 자체를 옮기려고 하는 중이었다. 쓸모없는 부분은 모두 제외해버려, 시간이 없다. 이곳이 발각되는 일은 시간 문제인걸 알고 있었다. 거의 다 끝나간다. 신노스케의 정신 자체를 무너뜨려 이미 제정신으로 자의로 숨을 쉬는 것조차 할 줄 모르는 텅 빈 육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을 감정은 공포.
“다 됐군.”
반노의 드라이버와 이어진 선이 뽑히고 동시에 신노스케에게로 향하던 약물들의 움직임 또한 멈췄다. 곧이어 멈춰질 전력과 산소 공급을 기대하기엔 아직 일렀다. 그는 일부러 잠시 동안 컴퓨터의 전원을 내리지 않고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 녀석의 말로 하자면, 재미는 나부터 보는거다. 어리석은 놈들.
며칠 동안 전혀 연락이 없던 신노스케에게서 신호가 왔다. 체이스와 고우는 빠르게 신호가 잡힌 건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건물 안은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적이 숨어있을지 모르니 변신을 풀지 않은 채로 그들은 바짝 주위를 둘러보며 앞으로 향했다.
“고우. 무슨 소리가 들린다.”
“잠시. 나도 들려.”
첨벙이는 소리, 물이 새는 소리가 바로 옆쪽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문을 박차고 넓은 방 안으로 뛰어들어 갔을 때 둘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저게 뭐야! 어이 신 형님!”
“부순다, 고우!”
커다란 수조 안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한눈에도 창백해진 피부와 터져 나올 듯한 온몸. 자신을 구해주러 온 고우들이 보이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수조를 두드리다 못해 살이 찢어져나가고 있었다. 물속에 가라앉아 들리지 않는 목소리, 살고 싶어. 살려줘. 뻐끔대는 입이 서서히 멈춰간다.
파열음과 함께 깨져버린 수조에 달려가 힘없이 쓸려 나오는 신노스케의 몸을 안아 들어 올린 체이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갔다. 변신을 풀어 잡히는 감촉조차 제대로 된 사람의 피부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물이 체이스의 옷을 적셔나가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노스케가 살아있느냐, 그뿐이었다.
“신노스케. 정신 차려라. 신노스케!”
터덜터덜 다가온 고우도 체이스도 고개를 숙여 숨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제 숨을 참으면서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무정하게도 그들에게 들려온 소리는 숨소리가 아닌 노이즈가 섞인 반노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그의 목소리가 유독 날카롭게 귀에 박혀 들었다.
[이제 필요 없는 쓰레기가 되었으니 특별히 너희에게 넘겨주도록 하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어땠나? 나는 이제 완벽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제 남은…….]
“닥쳐. 닥쳐! 닥치란 말이야!”
“…… 고우. 신노스케는 이미.”
그럴 리가 없잖아. 어? 고우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겨우 찾았는데 죽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죽어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고. 자리에 주저앉은 고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다 이내 울음으로 바뀌어 버리는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에 체이스는 천천히 신노스케를 바닥에 눕혔다. 다시 이렇게 죽어버린 그의 모습을 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살릴 수 없게 죽어버린 신노스케를 보며 드는 참담함은 가슴을 죄어왔다. 굳어져 버린 뻣뻣한 몸뚱어리에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체이스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 신노스케에게 덮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소식이 없어 뒤늦게 달려온 모두가 왔을 때야 간신히 고개를 들어 보였다.
토마리 신노스케의 죽음은 두 번째다. 시끄러운 언론을 뒤로하고 특상과의 소수의 인원만이 참가한 채 장례식은 이루어졌다. 그 외의 인원을 부르고 싶었지만, 부를 수 없었던 모종의 이유도 존재했다.
신노스케의 시체가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모두의 눈앞에서 믿을 수 없게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게 녹아내려간 그의 시체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체이스는 문득 반노의 말이 떠올랐다. 고우의 말에 묻혀 언뜻 듣지 못하고 넘겨버렸을 말은, 결국 허울뿐 아닌 우롱이었음에 주먹으로 벽을 내려쳐 분노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것은 쓰레기를 안고 오열할 너희를 구경하는 일만 남았군. 아니, 안고 있을 수는 있을까 모르겠구나!]
-
사망합작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합작 링크는 → http://brillanteyou.wix.com/deathamusement#!choice-1/c1o27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