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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에 떨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끝에 남아 혼자라는 것에 수긍하고 마음을 비웠을 때, 다가온 어둠에 눈앞을 가늠하지 못할 뿐이었다. 시바 타케루는 삼도천, 외도중과의 전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환상이다. 이 쾌락이야말로. 쥬죠의 말은 깊었다. 그 후와 쥬죠라는 남자가 만들어버린 마음속의 작은 틈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는 망설임의 조각이 끼어버린 것이 실수이고 시작이었다.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동료들에게 닿을 때쯤은 늦어버렸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원래의 자신이 살았어야 하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그림자는 그림자답게. 애써 해결되었던 문제가 주목받아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렇게 한 부분씩 물들어버리는 순간, 스쳐 지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은 제대로 된 형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었지? 웃어 보이지만 어떤 의미로 자신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던가. 손을 흔들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도 꿈처럼 흩어져버리는 상황에 타케루는 일말의 눈길조차 거두었다. 부서져 버리는 기대는 언제나 각오하고 있었던 거잖아.
"검……."
손에 쥐어진 검의 감촉이 살아있다는 생각과 함께 몸을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낯이 익은 장소는 아니었다. 차가운 바닷소리와 몸을 짓누르는 붉은 공기는 인간이 서 있을 장소가 아니라 말하고 있었다.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이 피하고 있던 눈을 뜨이게 했다. 끈적한 액체가 칼을 타고 흐른다. 붉은 시야 때문일까, 칼 전체가 붉어 보여 이것이 피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베었다라는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째서 조금 전 동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까. 아야카시, 외도중을 베어도 무언가 묻어나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주군님. 주군님! 저희는 괜찮으니 어서 돌아오세요!"
"맞습니다 주군! 정말입니다!"
"주군?"
내가? 타케루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주군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그는 천천히 기울어지는 몸을 잡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생각하고 행동한다기보다는 먼저 몸이 원했다. 생각도 검을 뒤덮고 있는 피도 씻겨져 내려가길 바라며.
물속에 빠져 아무런 반항 없이 가라앉아가는 타케루는 희미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표면의 잔잔함은 유지되었다. 그 누구도 삼도천 안에 누군가 빠진 걸 모를 정도로 잔잔함과 조용함도 지속하면서 말이다. 부자연스럽게 가라앉아가는 몸은 뜻밖에 가벼웠다. 사람들의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찬 흐름 속에 검에 묻은 피는 씻겨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검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지탱할 수 있는 검의 존재를 놓을 수는 없다. 좁아진 시야에 들어오는 칼날은 전혀 빛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다. 알고 싶어서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지만 그제야 무거워지는 몸이 멋대로 칼을 움직이지 않았다.
"타케루……!"
"타케루, 이 바보 자식아!"
퍼뜩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폐허가 된 시바 가(家)의 앞에 서 있는 자신을 깨닫기 전에 앞에 쓰러져 있는 치아키와 마코의 모습이 먼저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아까 들었던 비명은? 지금 내 앞에 쓰러진 동료들의 모습은? 타케루는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붙잡으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툭, 바닥에 끌려 따라오는 검의 감촉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계속된 환상인지 모를 현실에서 놓치지 않고 잡고 있던 검이 머리를 울려왔다. 비린내가 코를 찔러와 핑 도는 사고회로가 절로 무릎을 꿇게 하였다.
삼도천에 몸을 담갔다. 그 전에 동료를 제 손으로 죽였다. 사람들을 죽였다는 기억은 없다. 마찬가지로 동료를 죽인 기억도 남아있지 않지만, 명백히 자신이 행한 일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몸의 상태도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위화감으로 가득했다. 인간이 맞기는 할까, 이미 외도로 떨어진 몸이 멀쩡할 거란 보장은 없다. 쥬죠가 그랬듯이 아마 본인이 보지 못한 아야카시의 모습이 존재할 것이다. 널브러진 동료들에게 손을 뻗는 행동 자체가 죄악이었다. 제정신이었건, 아니었건 죽인 장본인은 시바 타케루 자신이었으니까.
살인에 대한 자각이 생기고 곧이어 떨림이 멈췄다. 다리, 손, 온몸에 이르기까지. 식은 눈으로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타케루는 검을 들어 올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남지 않았다. 자신을 거짓이 아니게 만들어준 버팀목이 사라진 이 순간에 틈을 파고 들어왔던 사이를 좀먹어 검게 찢어나갔다. 제대로 된 자신의 의지로 어디건 존재하는 외도의 틈으로 방향을 바꾸고,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은 붉고 웅장한 삼도천의 모습이었다. 딱딱한 바닥에 검을 꽂아 내리고 눈을 깜빡이기를 수차례, 타케루의 눈은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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