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구의 축제 같은 거라니까요? 저번에는 크리스마스를 챙겼으니 이번에는 다 같이 할로윈을 챙겨보자구요."

 

 가이의 상세한 설명은 할로윈 전날부터 시작됐다. 이름하여 갈레온에서 해적끼리 처음 맞는 할로윈 파티에 사탕이 빠질 수가 없는 그런 것이었다! 파티. 엄청나게 긴 이름을 자랑하는 ―물론 고카이쟈들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할로윈 파티의 이름을 알려준 후 간단한 설명과 함께 마벨러스와 죠는 제대로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갈레온에서 쫓겨났다.

 손에 들린 기다란 메모에는 그들이 사와야 할 물품들이 가득했고, 마벨러스는 당연히 다시 갈레온에 올라가려 했으나 가이의 맹렬한 반대로 죠에게 끌려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포기해. 가이 저녀석 진심으로 불태우고 있다."

 "어째서 내가 장보기 담당이냐고! 


 글쎄. 죠는 앞서 가이가 적어준 목록을 훑어보며 답했다. 할로윈에 대한 설명을 곱씹어 보고, 사탕을 얻기 위해 무서운 복장을 하고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무슨…….


 "구걸이잖아."

 "어. 근데 지구인들은 이게 행사래."

 "이상한 녀석들. 가이도 그렇고 지구인들은 신기한걸 좋아한단 말이야. 그래서 음식이 맛있나……. 죠. 밥이다!"


 마벨러스의 힘찬 외침과 함께 어느샌가 그들은 커다란 백화점의 한 식당 안에 앉아있었다. 점심시간의 수많은 인파와 함께 자연스럽게 섞여 음식을 주문한 그들은 문득 주위의 화려하고 어두운 장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표가 달린 호박등들과 이상하게 큰 모자들과 분장 도구들, 상처 분장 방법 등. 심지어 음식이 나오는 것조차 할로윈이라고 호박 깃발이 꽂힌 채로 나오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설렘이 가득했다. 이것저것 자신의 품 안에 안은 아이들과 그런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행복한 얼굴의 부모님들. 음식이 나왔음에도 마벨러스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마벨러스. 밥 식는다."

 

 죠의 말에 마벨러스는 곧 웃음을 터뜨리며 열심히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고 녀석이 써준 목록에 있는 거 다 사자고. 

 식당을 나와 할로윈 코너라 준비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자 직원들의 정신없는 환영과 함께 그들은 뭐가 뭔지도 모를 파티용품들을 잔뜩 들어 바구니에 넣게 되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어떤 곳에서는 옷을, 어떤 곳에서는 목록을 건네 거기에 쓰여 있는 사탕들 위주로 구매 하고 다니게 되었다. 어느새 양손이 가득하게 구입한 그들은 제대로 들고 걷지도 못할 정도로 짐이 많아졌고 결국 커다란 카트를 빌리기에 이르렀다. 


 "이 카트란 거. 굉장히 편한데, 아예 가져가 버릴까."

 "그럼 안 되는 거 아니냐."

 "오빠들도 할로윈 준비 하는 거야?"

 "응?"


 한참 동안 쇼핑을 한 탓일까 이미 밖은 어두워져 좀 더 할로윈 같은 거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카트를 밀고 당당하게도 거리를 걸어가던 마벨러스와 죠 앞에 갑자기 나타난, 벌써 할로윈인 것처럼 꼬마 마녀처럼 차려입은 아이가 서 있었다. 카트에 담긴 화려한 색과 봉투에 써진 할로윈 기념 사탕들의 모습에 끌린듯했지만 중요한 이유는 죠와 마벨러스의 복장 때문인 듯했다. 해적 할로윈 코스튬은 처음 봐! 아이는 까르르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던 호박 통을 내밀며 말했다. 사탕 줘! 안 그러면 저주할 거야! 


 "사, 사탕?"

 "저주?"


 응! 아이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마벨러스는 당황해 주머니를 뒤졌지만 나오는 것은 먼지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주머니를 뒤지던 죠는 카트의 사탕 봉지가 눈에 띄었고 급히 봉지를 뜯어 허리를 숙여 사탕 하나를 아이에게 건넸고 아이는 기쁘다는 듯 고맙다는 볼에 뽀뽀를 하고 다른 곳으로 쌩하니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지나간 소녀의 모습을 뒤쫓아가던 것도 잠시, 멀리서 뛰어오는 괴상한 분장의 어린아이들의 무리에 마벨러스와 죠는 카트를 맹렬하게 밀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간 갈레온 안에서 쓰기로 했던 모든 사탕을 다 뺏길지도 몰라. 마벨러스의 중얼거림에 골목에 숨어 숨을 고르던 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내가 어떻게 알아. 몰래 가는 수밖에."

 "몰래 갈 수 있을 양이 아니잖아."

 "음. 자연스럽게 지금 옷을 갈아입고……."


 둘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강구하던 중 갑작스레 마벨러스의 품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자 문득 좋은 생각, 아니 가장 간단한 생각이 난 듯 죠는 황급히 마벨러스의 모바이레츠를 뺏어 소리쳤다. 


 "당장 이쪽으로 와. 물건이 너무 많아서 그쪽으로 갈 수가 없어."


 뚝 끊긴 전화와 마벨러스의 감탄하는 표정과 박수를 들으며 죠는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쉬운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하다니, 좀 바보 같군.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그들은 떠다니는 유령 풍선을 바라보며 웃음을 띄웠다. 

 곧 바람을 가르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들이 있던 골목의 위로 날아왔고 짐과 함께 갈레온에 올라타자 다른 고카이쟈들 또한 장을 보러 다녀왔던 듯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가 마벨러스와 죠를 반겨주었다. 


 "너무 늦어서 또 봐왔는데. 너무 많잖아요! 갈레온이 꽉 찼어!"

 "시끄러워 가이. 네가 시켜서 이렇게 사왔는데. 다 버려버릴 거야."


 버릴 거라고! 괜히 사탕 봉지를 뜯은 마벨러스는 고카이쟈들에게 사탕을 던지듯 뿌리며 신경질을 냈다. 모두는 웃으며 사탕을 받아들고 서로서로 할로윈 물품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니, 하려 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들의 들뜬 목소리 때문에 바로 창문에 붙어 바깥을 보았다. 


 "저 녀석은?"


 아까 사탕을 받아갔던 여자아이와 같이 어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갈레온의 밑에 모여있었다. 한동안 도심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 때문일까 도심 중앙 화려한 도시 사이에 배 한 척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당연했다. 유명한 해적들이 괴인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이곳에 이렇게 배를 대고 있나? 수군거리는 소리는 좀처럼 멎어들지 않았고, 마벨러스는 바깥과 갈레온 안쪽의 사탕 산을 바라보더니 재밌는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사탕 봉지를 집어 들고 갑판으로 뛰어 올라갔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마벨러스는 어느샌가 변신을 해 마지렌쟈의 슈트를 입고 있었다. 갑판 또한 예쁜 전구들로 꾸며두어 반짝이는 갑판 위에서 사탕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눈처럼 사탕이 떨어지길. 짧은 마지렌쟈의 주문을 외운 순간 사탕은 느릿하게 모두에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마벨러스를 따라 올라온 죠들은 마찬가지로 변신 한 뒤 마법을 걸어 마찬가지로 사탕을 던지기 시작했다. 많아진 사탕의 양은 분명 갈레온 근처에 있는 누군가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되길 바라며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할로윈도 나쁘지 않죠? 흘러가듯 들린 물음에 죠와 마벨러스는 고개를 돌리고 서로 눈을 맞추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가면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할로윈이 좋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하지도 않았겠지.


 "해피 할로윈, 지구인들."



by 레슷 2015. 10. 19.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