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키라님! 어디 계시오!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
무지개를 구경하고 있던 아키라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정작 자신의 근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들었다 치부하기엔 똑똑히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분명 쿄류 골드의 목소리였다. 지구의 위기가 지난 지 몇 달이 흐르는지도 모를 때쯤 갑자기 이렇게 환청이 들릴 정도라면 꽤 신경쓰고 있던 것일까. 아키라는 안전모를 눌러쓰고 다시 무지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3, 2, 1……. 3초 정도 집중을 했나 싶었지만, 곧 무지개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익룡의 모습에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아키라님! 여기 계셨구려! 프테라고돈, 이만 들어가도 될 것 같소!"
"이게 뭐냐."
"읏챠. 아, 제가 무례를.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것인데……."
프테라고돈을 타고 이내 아키라의 앞에 뛰어내린 해맑은 표정의 일명 웃치―우츠세미마루―는 냉큼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큰 소리로 그간 잘 지내셨소이까 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으며, 웃치는 아키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 비해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아키라는 그저 안전모를 꾹꾹 눌러쓰다 느릿한 짧은 대답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아아. 웃치가 원했던 대답이 아닐지라도 아키라는 이 이상의 답을 할 수 없었다.
"잘 지내셨다니 다행이라 마음이 놓이오. 소인이 오늘 이렇게 찾아뵌 이유는, 진지하게 아키라님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있어 제 억지를 부려 이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아키라님을 방해하고 말았소이다."
"부탁?"
"그렇소이다. 아키라님, 저와 함께…… 으악!"
뜸을 들이며 중요한 말을 꺼내려는 순간 돌아가려는 듯 프테라고돈이 크게 울부짖으며 날개를 퍼덕였고 강한 바람에 등을 돌리고 있던 웃치는 대비할 새도 없이 균형을 잃고 두세 번 앞구르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어이쿠, 어이쿠 하는 소리와 함께 웃치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몸을 바로잡았을 때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아키라의 고간 바로 앞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릴 위치였다.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면 좋았을 텐데. 웃치는 죄송함과 당황함에 휩싸여 손을 맞잡고 사과를 하고자 휙 들어올리고 말았고, 그렇게 우려하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퍽 소리와 함께 손이 아키라의 중심부를 쳤고 무표정한 아키라의 표정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너."
"죽, 죽을죄를 지었소이다 아키라님! 괜찮으신지. 이 죄를 어찌 사죄해야 할지! 고의가 아니올시다!"
프테라고돈! 프테라고돈! 다시 오시오! 브레이브 인! 급히 뒷걸음질을 치고 허리를 숙인 채 아키라를 쳐다보지도 못하던 웃치는 수전지를 꺼내 날아가던 프테라고돈을 불러세웠다. 돌아온 프테라고돈을 붙잡고 허공으로 올라간 웃치는 흡사 울 것 같은 목소리와 잔뜩쳐진 얼굴로 땅을 뚫고 들어갈정도로 머리를 박으며 횡설수설한 사죄의 말을 건넸다.
"다음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찾아오겠소이다 아키라님! 이건 제 잘못이 너무나 크니 상황이 정리된 후에 반성문을 써 오겠소이다! 이안님이 잘못을 했을 땐 반성문을, 아니 아니.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소이다! 그러니까……. 잘못했소이다!"
떠나가는 웃치의 말과 순식간에 아키라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모습까지. 아키라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려던 말이 뭔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은 채로 둘의 만남은 끝나버렸다.
한편 하늘에서 프테라고돈을 붙잡고 하염없이 비명 같은 분노를 표출하던 웃치의 입에서는 아키라가 상상할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엇이오…… 애써 준비했던 말 들이 모두 허사가 되었소. 멋지게, 남자답게 마음을 전하려던 계획이…… 으아아아. 프테라고돈, 이를 어떡하면 좋단 말이오."
물론 프테라고돈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スーパー戦隊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쿄류쟈/우츠세미마루] 동료 (0) | 2016.01.19 |
---|---|
[신켄쟈/적] 검과 환상 (0) | 2015.12.11 |
[고카이쟈/죠+마베] 해적들의 첫 할로윈 (0) | 2015.10.19 |
[고카이쟈/바스마베] 달라질 수 없는 (0) | 2015.10.11 |
[고카이쟈/청적] 아임의 관찰일기 (0) | 2015.10.08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