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임이라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설명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제가 나온 이유는……. 아! 그거였지. 저는 고카이 갈레온이라는 곳에서 지내는 우주 해적이랍니다. 지구 분들은 저희를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저희는 지구를 구한 뒤, 쟌가크의 잔당을 쫓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묘한 일이 생겨버렸답니다. 루카는 이 일을 알고나서 한동안 보이는 물건들을 발로 차며 다녔고, 박사님은 충격을 받아 앓아 누우셨었지요. 가이씨가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어요. 충격도 받으신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꽃을 구해와 건네주셨어요.
저는 어땠냐구요? 글쎄요. 사랑이란 것은 좋은게 아닐까요? 두분이 행복하다면 저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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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은 아침이에요."
"일찍 일어났네…. 엇."
"저리 비키시지? 이 배신자."
계단에서 인사를 건네던 죠를 휙 밀친 루카는 성큼성큼 아임에게로 다가갔다. 한껏 성난 얼굴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루카는 놓여있던 차를 마셨고 아임은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다른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걸 지켜보며 어색하게 계단에 멈추어 있던 죠도 곧 소파에 앉아 힐끗 눈치를 보다 이내 신문을 펼쳐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신문에는 멸망한 쟌가크에 대한 기사가 가득했고 신문 속 해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는 듯 했다. 오늘도 박사는 휴업이야? 루카의 물음에 아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들어가실 때 아마 점심까지는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했어요."
"박사도 참. 난리라니까!"
"후후. 루카도 박사님도 참."
"밥이다 밥!"
머리를 긁적이며 올라온 마벨러스는 매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루카의 손에서 찻잔이 부숴졌고 죠는 몸을 일으켜 마벨러스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어이, 괜찮아?"
"밥먹으면 돼."
마벨러스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손를 두른 죠는 곧바로 마벨러스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와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또다시 부숴지는 소리가 났지만 둘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했다. 죠가 어깨에 얼굴을 묻자 마벨러스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등을 툭툭 쳤다. 그만해, 너 때문에 허리가 아프긴 하거든. 아직 밥도 안 먹었는데 이러면 힘들다고. 슬쩍 웃어보이는 마벨러스를 알았는지 죠는 고개를 들었고 마찬가지로 웃어보이며 입술을 겹쳤다. —물론 겹치는 순간 루카의 벼락같은 고함이 떨어졌지만 말이다.
"당장 그 입술 떼고 눈 앞에서 사라져 마벨러스으으으! 죠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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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루카의 앞에서 무릎 꿇고 아이처럼 벌을 받은 뒤에야 둘은 정식으로 저희에게 사귄다는 얘기를 해주고 인정을 받았답니다. 루카가 그렇게 화가 났던건 자기들 끼리만 알고 믿고 얘기해 주지 않아서 라고 하네요. 박사님도 한참 마음의 정리를 하시고 인정해주셨어요. 참 잘된 일이지요.
"너희말야. 스킨쉽 좀 그만하면 안 돼?"
"왜?"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돈씨도 적응 해야죠! 죠씨! 마벨러스씨! 이 가이는 응원합니다! 크으으, 동료간의 사랑이란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
"오냐."
박사님은 아직 좀 적응이 필요하신 것 같지만요. 저의 관찰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에 또 뵙길 바라며 지구의 서민 분들. 마벨러스씨와 죠씨를 응원해주세요!
추신. 밤마다 마벨러스씨의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루카에게 갔더니 루카가 벽을 발로 차줬고 그 후로부터는 좀 소리가 작아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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