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베쨩. 일어나!"

 

 몽롱한 시야를 잡으려 눈을 비비던 마벨러스는 몸을 일으켰다. 분명 방의 침대에서 잠들었었는데. 방금 자신을 깨운 남자는 누구지? 마벨러스는 저려오는 다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킨 채 시야에 들어온 낯이 익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남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빨간 머리끈이 늘어져 있는 남자는 이내 등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마벨러스의 손이 총을 찾아 들었다.

 

 "바스코!"

 "마베쨩. 어디 아파? 그 옷은 뭐고? 총은 뭐야, 나야 나. 바스코잖아!"

 "어디서 개수작을……!"

 

 마벨러스는 총을 겨눈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분명 이곳은 고카이갈레온이 아니다, 하지만 바스코의 사략선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곳도 아닌 왠지 모를 추억에 젖은 이 향수감. 항복의 표시로 손을 든 의아한 표정의 바스코를 바라보는 이 상황은 이상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바스코가 왜 이곳에. 마벨러스가 생각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곳은 붉은 해적단 시절의 배였다.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던 과거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마벨러스는 코트를 그대로 걸치고 있었으며 자신이 사용하는 총은 분명 고카이쟈의 것이었다. 빌어먹을 환상인가.

 

 "바스코. 지금 날짜가 언제지?"

 "응?"

 

 바스코가 말하는 날짜는 완벽한 과거의 날이었다. 배신의 날 바로 전, 그들이 하염없이 행복하게 여행을 하던 그 날중의 하나. 마벨러스는 천천히 총을 내렸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머리는 터질 것 같이 쑤셔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은 기회가 아닐까. 과거로 온 것이라면 지금 당장 바스코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설득이 불가능해도 그를― 먼저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후후, 마베쨩."

 

 그러나 총을 내린 마벨러스에게 다가온 바스코가 목을 조르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짧은 신음을 낸 마벨러스의 얼굴 바로 앞에서 바스코는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잡혀 조여지는 목과 다시 흐릿해지는 눈 앞의 상황 속에서 마벨러스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바스코의 팔을 잡았다.

 

 "소용없는 반항이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베쨩도 참. 모르는 척 하고 있었으면 어쩌면 살았을 수도 있잖아?"

 "크윽. 바 ……스코!"

 

 스르륵. 손에 힘이 풀리고 마벨러스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 그는 다시 한 번 자리에서 발작을 하는 것처럼 일어났다. 땀범벅이 된 이불은 구석에 나뒹굴고 있었고 방금의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갈레온의 방 안에서 마벨러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젠장. 젠장……."

 

 졸려진 목의 느낌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마벨러스는 목을 만지작 거리다 짧은 욕설을 내뱉고 다시 침대에 누우며 얼굴을 가렸다. 과거에 도착한다 해도, 아직까지도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바스코라는 남자를 놓아줄 수가 없어.

 

 

 

 

by 레슷 2015. 10. 11.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