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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에게 물어보지 않았던게 있는데, 너는 알파야 오메가야? 토마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름이 생각이 났다면 알파인지 오메가인지도 기억이 났을건데. 뉴트의 말에 토마스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은 알파도 오메가도 아닌 베타였으므로.  우물쭈물거리는 토마스의 행동에 뉴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술병을 들어올렸다.

 "베타? 그럼 다행이네. 평범한자식. 난 알파야. 네가 오메가였으면 상냥하게 잡아먹어줄 생각이 있었는데…."
 "뭐?"
 "농담. 나한테도 취향이 있지 신입."

 토마스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던 어깨에서 힘을 뺀다. 생긴건 꼭 계집애같이 생겨서는 알파라니. 토마스는 힐끔힐끔 뉴트를 바라보다 이내 그의 뒤에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에 시선이 흘러갔다. 근처 모닥불에서 나무를 깎던 민호였다.
 민호는 자연스레 뉴트가 들고있던 술병을 뺏어가고 그에게 키스를 건네었다. 알파라며?! 경악한 토마스의 말은 무시된 채로 둘의 키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숙인 채 키스를 하던 민호에게 더 적극적으로 입술을 부딪힌건 뉴트였다. 머리채를 끌어잡아 농밀하고 끈적하게 이끌어나간다.

 "……. 새끼야. 신입 놀라잖아."
 "네가 먼저 키스했잖아? 불가항력이야. 오늘은 나한테 대줄려고?"
 "닥치고 불 꺼지면 맵 룸으로 와."

 알았다고. 뉴트의 성의없는 대답에 민호는 뉴트의 중심부를 잡는다. 야, 읏. 누가 듣기에도 야한—물론 토마스는 상황파악을 못하고 혼란스러워 야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소리에 민호는 만족스럽다는 듯 자리를 벗어났다.

 "세워놓고 가면 어쩌자는거야. 쯧……."
 "어…… 그래서 알파라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민호와 혀를차는 뉴트를 번갈아가며 보던 토마스의 얼빠진 물음이었다. 이곳에선 알파와 오메가의 개념이 바뀌었어? 토마스의 복잡한 머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만 자러가라 신입. 그리고,

 "쟤도 알파야. 내 취향은 알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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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슷 2015. 10. 8. 20:23
 익숙한 어둠이 찾아온다. 뉴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횃불에 밝혀진 글레이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익숙하게 옆에 놓여있는 등불을 들어 앞길을 밝힌다. 어느 곳으로 가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뉴트 자신의 그림자가 귀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한 없이 앞으로 향하다 보면 보이는 것은 미로의 닫혀진 입구였다. 모두의 이름이 적힌 그곳에서 뉴트는 발목이 끊어지는 고통을 받는다. 자살이 하고싶니? 이젠 확실한 방법으로 죽을 수있어. 그리버에게 찔려 안에서 죽어버리는거야!

“죽고싶지 않아……. 이젠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신입의 호기심에 너희는 흔들리고 있는 것 뿐이라고! 그림자는 깔깔거리며 뉴트의 잘려진 발목을 들어보인다. 피투성이로 너덜너덜해진 발목은 거뭇하게 썩어들어가는 중이었다. 쑤셔들어오는 말과 고통은 감각을 혼란시키고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엎어진 몸을 일으키려 팔로 몸을 지탱했을 때 뉴트는 깨달았다. 내겐 팔이 있었나? 다리가 없는데 일어설 수 있어? 어지럽게 꼬여가는 머릿속이 사고를 정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디선가 그리버의 울음소리가 몸을 속속 감아왔다. 
 분명 가슴을 관통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뉴트는 생생한 감각에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글레이드 내는 휑했고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리버의 존재가 느껴질 뿐. 어째서 글레이드 내에 그리버가?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뉴트는 몸을 움직였다. 건물 안에 몸을 숨기고 그리버를 보내자 갑자기 밝아지는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 아는 사람일터, 하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른 채, 뉴트는 그 사람에게 키스를 한다. 너는 이 밖의 두려움을 모르게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 트. 뉴트! 일어나.”
 “아. 어. 아침이야?”
 “재깍재깍 잘도 일어나던게 왜이래? 러너들은 벌써 다 나갔어. 알비가 깨우지 말래서 안 깨우긴 했는데, 너 한끼는 먹어야지.”
 “고마워.”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방금 전 꾸었던 꿈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뉴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깨우러 왔던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날은 맑았고 꿈과 달리 사람들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홀로 괜한 걱정을 하는 듯, 아무일도 없다는 글레이더들에게 뉴트는 애써 웃어보이는 수 밖에 없었다. 꿈을 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과의 고통을 공유할만큼의 여유가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 시간에 글레이더들은 일하는 것을 택하리라.

 “뉴트.”
 “알비?”

 우두커니 서서 멍한 얼굴을 하고있던 뉴트가 걱정이 되었는지 알비가 들고있던 연장을 내려두고 가까이 다가온다. 가장 뉴트를 잘 안다고 할 수있는 사람이기에 더욱 뉴트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알비의 행동이 과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특히나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이기에 더더욱. 뉴트의 이상행동은 다시 한번 그때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기에, 알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안좋으면 치료팀에게 가. 식은 땀 흘리는 것 봐.”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걱정마. 그보다 러너들이 출발한지는 얼마나 됐어?”

 시간 감각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라.  불쑥 들려오는 민호의 목소리에 뉴트는 화들짝 놀라 뒤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고있었고 큰 소리와 함께 미로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뉴트는 미로의 입구를 슬쩍 보고 부시시하게 올라온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왔다. 어떤 것이 꿈이고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분명 ‘이쪽’이 현실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이 아닌 듯 부자연스럽다.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외쳐주었으면 좋을 상황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현실이라 소리칠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뚜렷하니까. 뉴트는 민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다시 자신의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침상은 잠시 나갔다 온 짧은 시간내 식어버려 차갑게 뉴트를 맞이했다. 꿈이라면 잠들 수 없겠지. 뉴트는 홀린 듯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비명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납게 울부짖는다. 뉴트는 천천히 눈을뜬다. 침상이 아닌 글레이드의 벌판에 누워있던 뉴트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있기에 이것은 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 글레이드는 그리버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건가, 뉴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중앙으로 생각되는 방향엔 역시나 그리버들이 글레이더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이미 그리버의 발 밑에서 죽어버린 인원도 존재하는 듯 했다. 

 "젠장. 무슨 그리버가 이렇게 많아……!"

 뉴트는 최대한 그리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무작정 숲속으로 뛰쳐들어갔다. 숲속에 그리버가 없을거란 보장은 없었지만 적어도 글레이드 중심보다는 나을거란 생각으로말이다. 맵 룸에 대피한 러너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뉴트는 발걸음을 돌렸다. 일단은 민호나 알비를 찾아 상황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힘이 빠질 무렵 맵 룸이 뉴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 있어?! 소리치며 달려 들어가자 안쪽에는 민호가 길게 깎은 나무 막대를 들고 서있었다. 피투성이인 다리를 빼고 그의 모습은 비교적 멀쩡해보였다. 뉴트인 것이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민호는 나무막대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 뭐야."
"무슨 헛소리야. 머리라도 다쳤어?"
"닥쳐. 뉴트는 아까 죽었어. 그리버에게 찔려 죽는걸 아까 봤다고!"

민호는 뒷걸음질을 치며 금방이라도 뉴트를 찌를듯이 나무막대를 위협적으로 들이댔다. 상황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머리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뉴트의 주위가 어두워지고 민호와 자신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시야에 남는다. 뉴트는 민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죽어? 내가?
그제서야 뉴트는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꿀럭꿀럭 피가 흘러나오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고통은 느껴지지않았지만 몸에 힘이 빠져갔다. 민호의 얼굴, 허리. 그렇게 시야가 낮아지고 결국 보이는 것은 민호의 발과 덮쳐온 어둠이었다.

지긋지긋해. 악몽이라면 깨어나야하는게 옳은 거 아냐? 뉴트는 무언가 중얼거리며 번쩍 눈을 떴다. 목이 너무나도 답답해 만져보자, 살이 부어올라 따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정말 현실일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글레이드는 침묵에 휩싸여 있기에 또한 꿈과 같았다. 하지만 평화롭다. 이런 평화로움이 악몽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의 상태를 확인한다. 아니, 확인하려 했다. 발목의 끔찍한 고통이 아니었다면.

"윽……!"
"무리해서 일어나면 안 돼 병신아. 아직 발목이 다 낫지 않았어."

뉴트의 신음을 들었는지 밖에서 물을 들고 민호가 뛰쳐들어왔다. 발목이 다 낫지 않았다니? 뉴트의 물음에 민호는 이상하다는 듯 물을 건내며 대답을 해준다.

"……너. 기억 안나? 뛰어 내렸잖아."

뉴트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분명, 방금 민호가 자신이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째서 다시 잠이 들었던거지? 그의 물음에 그림자가 대신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준다.

"너는 악몽을 꾸고 있는거야, 뉴트. 현실은 지옥. 꿈도 지옥. 사랑하는 민호를 보지 못하는 슬픔과 육체적인 고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여운 뉴트. 깨어나지 못하는 너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어."

뉴트는 처음과 같은 상황에 떨어졌다. 잘려진 발목을 보며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꿈에서 깨기를 바라고 있다. 그림자는 자신의 거울이다. 하지만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 악몽의 뒤에는 잠을 자고 있는 평온한 남자를 볼 수 있다. 그가 사랑하는 민호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도 자신은 곧 잊어버리고 만다. 끝나지 않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지만 깨어난다는 것을 할 수 없다. 사실은 그림자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눈을 떠도 미로 안이라는 사실은 지옥 그 자체이다. 뉴트는 고개를 숙였다. 이 다음은 어떤 지옥같고도 달콤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까.


뉴트가 쓰러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간간히 발작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흐리멍텅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쓰러지기 일쑤였다. 한번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민호를 보고 그의 품안에 꽂혀있던 칼을 목에 가져다 대다 제지당해 쓰러지고, 한번은 발목을 잡고 미로를 향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글레이더들은 뉴트가 그리버에게 감염된 것은 아니냐 말이 많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발작이 일어날 때도, 그외의 뉴트의 병수발은 모두 민호의 몫이었다. 러너의 일과를 마치면 계속해서 뉴트의 곁에 남아서 밤새 그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상태를 관찰했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민호에게 뉴트를 맡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쉬, 뉴트. 오늘도 우리 둘이네."

민호는 붉게 손자국이 남은 뉴트의 목을 만지작거리다 중얼거렸다. 좋은 꿈 꾸고있냐, 이새끼야? 그리고 민호는 다시한번 두 손으로 뉴트의 목을 조른다. 숨이막힌 듯 간간히 기침을 히며 뉴트는 발버둥친다.

"나를 사랑하는 뉴트, 내가 사랑하는 뉴트. 악몽같은 사랑을 하게 되어서 힘들지? 하지만 너는 내 사랑, 꿈속에서도 사랑하고 있길 바란다."

민호는 웃으며 손을 풀고 키스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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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슷 2015. 10. 8. 20:22
 룰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죽느냐 사느냐가 걸려있어! 악을쓰며 멀어지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글레이즈를 메운다. 분명 바람처럼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가벼이 여겨지지는 않는다. 적어도 민호와 뉴트에게는. 하루종일 혼자 미로를 뛰어다니던 민호의 옆에는 뉴트가 붙어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꿈나라 속, 토마스의 말은 아직까지 커다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미미한 반항일 뿐이었다.

 "왜?"
 "아니 뭐. 토마스 저녀석, 러너의 임무는 잘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뉴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술병을 건네었다. 민호와 토마스는 언제나 그렇듯 새벽이 밝아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미로안을 질주하고 돌아온다.  자기가 내린 결정이지만 썩 환영받지 못하던 제안에 조금은 걱정이 되는 차였다. 낮에는 미로에서, 밤에는 구덩이감옥에서. 지칠법도 한 상황에 토마스는 언제나와 똑같이 행동했다. 신기한 녀석일세……. 한 두번 구경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관심을 끊는다. 결국 제자리에서 맴도는 토마스를 지켜보는 것은 민호와 자신, 그리고 갤리정도일까.

 "달리기엔 재주있어. 그건 확실해."

 호오, 그게 끝? 민호의 짧은 대답에 뉴트는 쓴웃음을 지어보인다. 이미 입에서는 달콤하다 인식되어버린 끔찍한 맛의 술이 타가고 있어 꿀같이 녹아버리는 연약한 말은 건내지 못한다. 칭찬의 말을 건내려 하지만 그것은 독약과도 같은 금단의 말이다. 되려 칭찬을 받고 싶단 것은 자신이 아닐까, 어쩌면 같이 달릴 수도 있었던 위치에 서서 편을 들어줬을텐데.
입꼬리가 올라간 뉴트의 오묘한 표정을 본 민호는 받아들었던 술병을 내려놓는다. 조금 남은 노란색의 탁한 액체가 흔들리고, 꺾여진 시야속에서 민호의 발소리도 점차 멀어진다.

 "……. 아쉽지는 않아. 웩, 맛은 없고."

 중얼거림과 누군가를 향해 말하는 크기의 사이. 뉴트는 고개를 저으며 술병을 들어올린다. 건배하자고. 새벽이 온다는거에.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높게 떠올라있는 오후였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다 글레이즈 근처의 사람들이 아닌 미로의 입구에 가득한 사람들이 먼저 눈에 띄인다. 애초에 이 시간까지 자신을 깨우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황급히 어느새 옮겨져 있던 자신늬 보금자리에서 일어나 미로의 입구까지 달려가자 그제서야 그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알비 때와 같다. 무언가 잘못된 상황이다.

 "이미 돌아올 시간이 지났다고! 민호랑 토마스가 오지 않아!"
 "그 둘이라면 또 하루를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럴수도…… 그래도……."

 미로 안에서 불어오는 괴성같은 낮은 바람소리가 곧 문이 닫힌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인 듯 했다. 이번에는 알비와 같이 부상을 입을 사람이 없으리라, 둘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 왠지 모를 위화감이 몸을 감싼다. 미로는 곧 닫힌다. 바람소리와 벽의 소리는 점점 둔탁해졌다.

 "어이, 저기! 민호랑 토마스인데…… 둘다 멀쩡해!"

 누군가의 소리침에 모두는 그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미 벽에 가려진 그들의 시야는 너무나도 한정적이었고, 그렇기에 뉴트의 다리가 움직인 걸지도 모른다. 토마스의 모습을 봤었다. 알비와 민호를 보고 입구가 닫히던 그 순간 토마스는 뛰어들어갔다.
뉴트의 걸음이 빨라진다. 조금만 더 빨리. 더 빨리, 입구가 닫히기 전에 들어가야해.

 "어이 뉴트! 뭐하는 거야!"

 더, 빨리. 움직이라고!

 "뉴트! 저 미친새끼가!"

 몸을 던져 미로안으로 들어오자 거짓말처럼 입구는 닫혀버렸다. 둔탁한 소리가 끝나자 거짓말처럼 미로안은 침묵에 휩싸인다.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마음이 내키는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미로에 뛰어 들어온 자신의 몸이 벌벌 떨리고 있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민호와는 달리 엎어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뉴트에게 달려와 그를 잡아주려하는 토마스의 표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뉴트의 팔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것은 떨림이다. 분명 떨고있다. 기쁨? 두려움? 아니면 이 둘이 아닌 다른 것?

 "뉴트! 일어나!"

 민호의 소리침과 동시에 적막은 깨지고 곧 기괴한 울음소리가 뒤섞인 벽의 소리가 들려왔다. 크게 꺾이는 기계마찰음과 함께 미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억지로 토마스의 손에 일으켜진 뉴트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지만 낯이 익은 미로들 사이로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기억이 난다. 뉴트는 숨을 고르며 쑤셔오는 다리를 만지작거린다. 그리버는 한동안 이 구역에 오지 않는다. 저번 그리버를 죽인 구역에서 그들은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 채로 밤의 미로에 남았던 것이기에, 즉 생각할 바가 있어 미로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 이제 말해. 무슨 생각으로 뛰어들었어? 어제부터 이상하다 싶은데."
 "음. 변덕이라고 해야할까."
 "웃기는 소리. 전 러너였던 네가 미로에 대해 모를리도, 두려움을 잊었을리도 없어."

 전 러너라는 말에 뉴트의 표정이 굳어간다. 물론 그 사실을 몰랐던 토마스는 더욱 표정이 굳어갔지만. 민호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몸까지 숙이며 말을 꺼냈지만, 사실상 그는 화가난게 맞았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뉴트를 바라보는 민호는 이내 고개를 돌린 채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뉴트는 듣지 않을테니까.
 민호가 무기들을 점검하자 토마스는 문득 글레이즈에서의 뉴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잘 해서 러너의 후보라고 처음부터 말하고, 미로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다리를 조금 전다.

 "전 러너였다는거, 몰랐어."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 지금 러너도 아닌데."

 담담한 뉴트의 말에 토마스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괜히 기억하게 해서……. 사과할게."
 "딱히, 지난일에 연연해서 좋을건 없어. 이곳에서는 현재가 가장 중요해. 죽지 않은걸로 충분하잖아?"
 "그래도."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 떨리던 팔을 잡고 일으켰던 것이 방금전이다. 미로에 들어온 순간 몸이 기억한 것이고, 본능적인 두려움이 덮쳐오기 시작한걸 부정할 뿐이다. 그리버의 울음소리가 크게 미로안에 울리자 문득 뉴트의 다리가 움찔거린다.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정도로, 바로 앞에 있던 토마스가 눈치챌 정도로.

 "…… 살아 나갈 수 있어. 글레이즈에만 연연해서는 안 돼."
 "뜬금없이 무슨소리야? ……손 치워."

 토마스는 부드럽게 뉴트의 다리를 쓸어올려본다. 떨리던 뉴트의 다리는 앙상하게도 말라있다.

 "그리버는 두려운 존재인게 맞아. 하지만 이렇게 숨어있는다고 네 다리를 잃은 값을 할 수 있는건 아니잖아? 러너가 다리를 잃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가."

 웃기는 소리. 뉴트는 토마스의 손을 탁 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절뚝이는 다리지만, 뛰는 것이 느려졌을 뿐이지 다른 이상은 없다. 스스로가 납득하며 지내던 다리에 대하여 타인에 슬픔이 적셔오기 시작한다. 이곳, 미로속에 갇힌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다리를 걱정하고 있다.

 "룰은 완벽하지만 완벽한 만큼 언젠가 한계가 있어. 너도 느끼지 않아? 물론 민호도 알고있다고 봐. 저기는 삶의 터전이 아닌 그곳을 위장한 지옥이야. 저기 있다간 모두 죽어."
 "…… 어이 토마스. 이곳을 나갈거란 보장은 없……."
 "믿어줘. 나와 함께 가자."

 믿어줘, 그 한마디가 떨리던 다리를 멈추게한다. 그리버의 울음소리는 멀어지고 미로의 소리도 점차 작아진다. 해가 뜨고 있는 것일까, 고요하게 변해버린 미로는 흡사 정원과도 같다.

 "네 다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러너니까. 너를 잇는 러너가 되었으니 노력할거야."

 손을 내민다. 벽에 기대 앉아있던 뉴트를 일으켜줄 남자가 미소를 지어보인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이 너무나도 눈부셔. 떨림을 멈춘 팔과 다리는 더 이상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던 것은 미로도, 그리버도 아닌 자신의 마음이다. 스스로가 부상으로 러너를  그만 두었을 때 밀려온 부담감이 짓눌러온 마음.

 "일어날 수 있지? 가자고. 다른 녀석들도 다시 얘기 해 봐야겠어."

 토마스의 손을 잡은 뉴트는 고개를 숙인채로 일어났다. 분명,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은 땀처럼 맺어진 쓰디쓴 눈물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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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슷 2015. 10. 8. 20:21
앞을 내다보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보고자 하시나요? 용기와 사랑, 혹은 두려움. 수도 없이 많은 감정을 느껴요. 정작 다른 사람을 신경쓰느라 나를 모른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몰라요. 이제 내가 어떤 감정으로 싸움에 임하고 사람을 죽이는지도 모르겠어요. 느껴지는 두려움은 분명 내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감정인걸요.

너는 두려워하고있다. 스스로의 나약함이 능력조차 제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볼게요. 바다앞의 모래성이 있다고 쳐요. 나는 그것을 지키는, 그것을 만든 모래. 수 많는 감정들은 곧 나를 무너뜨리러 올 파도, 나는 어느샌가 먼저 파도가 칠 것을 걱정해요. 파도가 치면 나는 무너지겠지. 나도 같아요. 당신들의 감정이 너무나도 휘몰아쳐서 내가 무슨 마음인지를 모르겠어요.

그것이 두려움 아닌가? 너는 분명 무너질 것을 무서워하고 두려워 하고있다. 파도를 신경쓰는 것, 즉 너는 감정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보다 그것을 신경을 쓰는거지.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읽을 수 없으니까. 싫어서, 진절머리가 나요.

말을 돌리지 마라.

이것만은 확실해요. 내가 당신을 싫어한다는 감정.

그렇다면 천천히 생각해라. 내가 싫다면 너는 탁월하게도 이 문답의 답을 낸 거다.

…… 어째서. 어째서 항상 다 알고있다는 듯한 말투죠? 기분 나빠요. 나는 숭고한 재단의 인재라구요! 내가 모를리가 없어.

쉬어라. 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니까.

응? 말해봐. 티엔 정! 네가 뭔데 나보다 뛰어나다 말하는거지? 능력이나 뭐로보나 내가 당신보다 뛰어나! 내게 등을 보이지마, 그럴거면 마음도 보이란 말이야! 나는 틀리지 않았어!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 하지. 수고했네, 티엔."

 문을 두드리는 처절한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티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참았던 한숨을 내쉬자 마틴이 위치한 방의 불을 끈 한 남자가 잘했다며 어깨를 토닥인다.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한껏 티엔을 칭찬했지만, 그리 좋은 뉘앙스를 풍기진 않았다.

 "정신이 나가버린 인재라니. 조용히 처리하기 전 입막음을 해야겠지."
 "나는 스카우터입니다. 더 이상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마시길."
 "티엔 정!"

 쾅 소리가 좁은 실내를 가득 채운다. 그와 별개로 다시금 시끄러워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저자는 위험한 자야! 미친채로 내버려 둘 수없어!'
 [살려줘요. 나, 살려줘! 당신들이 아무리 말해도 나는 해결해 줄 수 없어. 그만. 그만!]
 "……. 마틴 챌피가 저렇게 되도록 만든건 당신들이 아닌가."

 티엔은 인상을 찌푸리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브루스의 죽음에 정신이 나가버린 마틴은 더이상 그랑플람에게 쓸모없는 패였을 뿐이다. 제정신을 차리라는 명목하에 티엔을 붙여 하루에 한번 대화를 유도하고 있으나 차도는 없음.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티엔이 마틴을 죽게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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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슷 2015. 10. 8. 20:19

[쿠잔스모]

2015. 10. 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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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신노스케] 꽃

2015. 10. 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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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고우신] 술1

2015. 10. 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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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아임이라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설명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제가 나온 이유는……. 아! 그거였지. 저는 고카이 갈레온이라는 곳에서 지내는 우주 해적이랍니다. 지구 분들은 저희를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저희는 지구를 구한 뒤, 쟌가크의 잔당을 쫓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묘한 일이 생겨버렸답니다. 루카는 이 일을 알고나서 한동안 보이는 물건들을 발로 차며 다녔고, 박사님은 충격을 받아 앓아 누우셨었지요. 가이씨가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어요. 충격도 받으신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꽃을 구해와 건네주셨어요.

 저는 어땠냐구요? 글쎄요. 사랑이란 것은 좋은게 아닐까요? 두분이 행복하다면 저도 좋답니다.

-

 "아. 좋은 아침이에요."
 "일찍 일어났네…. 엇."
 "저리 비키시지? 이 배신자."

 계단에서 인사를 건네던 죠를 휙 밀친 루카는 성큼성큼 아임에게로 다가갔다. 한껏 성난 얼굴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루카는 놓여있던 차를 마셨고 아임은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다른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걸 지켜보며 어색하게 계단에 멈추어 있던 죠도 곧 소파에 앉아 힐끗 눈치를 보다 이내 신문을 펼쳐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신문에는 멸망한 쟌가크에 대한 기사가 가득했고 신문 속 해적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는 듯 했다. 오늘도 박사는 휴업이야? 루카의 물음에 아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들어가실 때 아마 점심까지는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했어요."
 "박사도 참. 난리라니까!"
 "후후. 루카도 박사님도 참."
"밥이다 밥!"

머리를 긁적이며 올라온 마벨러스는 매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루카의 손에서 찻잔이 부숴졌고 죠는 몸을 일으켜 마벨러스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어이, 괜찮아?"
"밥먹으면 돼."

마벨러스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손를 두른 죠는 곧바로 마벨러스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와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또다시 부숴지는 소리가 났지만 둘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했다. 죠가 어깨에 얼굴을 묻자 마벨러스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등을 툭툭 쳤다. 그만해, 너 때문에 허리가 아프긴 하거든. 아직 밥도 안 먹었는데 이러면 힘들다고. 슬쩍 웃어보이는 마벨러스를 알았는지 죠는 고개를 들었고 마찬가지로 웃어보이며 입술을 겹쳤다. —물론 겹치는 순간 루카의 벼락같은 고함이 떨어졌지만 말이다.

"당장 그 입술 떼고 눈 앞에서 사라져 마벨러스으으으! 죠오오!"

-


그 후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루카의 앞에서 무릎 꿇고 아이처럼 벌을 받은 뒤에야 둘은 정식으로 저희에게 사귄다는 얘기를 해주고 인정을 받았답니다. 루카가 그렇게 화가 났던건 자기들 끼리만 알고 믿고 얘기해 주지 않아서 라고 하네요. 박사님도 한참 마음의 정리를 하시고 인정해주셨어요. 참 잘된 일이지요.

"너희말야. 스킨쉽 좀 그만하면 안 돼?"
"왜?"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냐."
"돈씨도 적응 해야죠! 죠씨! 마벨러스씨! 이 가이는 응원합니다! 크으으, 동료간의 사랑이란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
"오냐."

박사님은 아직 좀 적응이 필요하신 것 같지만요. 저의 관찰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에 또 뵙길 바라며 지구의 서민 분들. 마벨러스씨와 죠씨를 응원해주세요!



추신. 밤마다 마벨러스씨의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루카에게 갔더니 루카가 벽을 발로 차줬고 그 후로부터는 좀 소리가 작아졌답니다.

 

by 레슷 2015. 10. 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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