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익숙한 어둠이 찾아온다. 뉴트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횃불에 밝혀진 글레이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익숙하게 옆에 놓여있는 등불을 들어 앞길을 밝힌다. 어느 곳으로 가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뉴트 자신의 그림자가 귀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한 없이 앞으로 향하다 보면 보이는 것은 미로의 닫혀진 입구였다. 모두의 이름이 적힌 그곳에서 뉴트는 발목이 끊어지는 고통을 받는다. 자살이 하고싶니? 이젠 확실한 방법으로 죽을 수있어. 그리버에게 찔려 안에서 죽어버리는거야!
“죽고싶지 않아……. 이젠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신입의 호기심에 너희는 흔들리고 있는 것 뿐이라고! 그림자는 깔깔거리며 뉴트의 잘려진 발목을 들어보인다. 피투성이로 너덜너덜해진 발목은 거뭇하게 썩어들어가는 중이었다. 쑤셔들어오는 말과 고통은 감각을 혼란시키고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엎어진 몸을 일으키려 팔로 몸을 지탱했을 때 뉴트는 깨달았다. 내겐 팔이 있었나? 다리가 없는데 일어설 수 있어? 어지럽게 꼬여가는 머릿속이 사고를 정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디선가 그리버의 울음소리가 몸을 속속 감아왔다.
분명 가슴을 관통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뉴트는 생생한 감각에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글레이드 내는 휑했고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리버의 존재가 느껴질 뿐. 어째서 글레이드 내에 그리버가?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뉴트는 몸을 움직였다. 건물 안에 몸을 숨기고 그리버를 보내자 갑자기 밝아지는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 아는 사람일터, 하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른 채, 뉴트는 그 사람에게 키스를 한다. 너는 이 밖의 두려움을 모르게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 트. 뉴트! 일어나.”
“아. 어. 아침이야?”
“재깍재깍 잘도 일어나던게 왜이래? 러너들은 벌써 다 나갔어. 알비가 깨우지 말래서 안 깨우긴 했는데, 너 한끼는 먹어야지.”
“고마워.”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방금 전 꾸었던 꿈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뉴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깨우러 왔던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날은 맑았고 꿈과 달리 사람들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홀로 괜한 걱정을 하는 듯, 아무일도 없다는 글레이더들에게 뉴트는 애써 웃어보이는 수 밖에 없었다. 꿈을 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른 사람과의 고통을 공유할만큼의 여유가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 시간에 글레이더들은 일하는 것을 택하리라.
“뉴트.”
“알비?”
우두커니 서서 멍한 얼굴을 하고있던 뉴트가 걱정이 되었는지 알비가 들고있던 연장을 내려두고 가까이 다가온다. 가장 뉴트를 잘 안다고 할 수있는 사람이기에 더욱 뉴트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알비의 행동이 과하다 생각되지 않았다. 특히나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이기에 더더욱. 뉴트의 이상행동은 다시 한번 그때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기에, 알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안좋으면 치료팀에게 가. 식은 땀 흘리는 것 봐.”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걱정마. 그보다 러너들이 출발한지는 얼마나 됐어?”
시간 감각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라. 불쑥 들려오는 민호의 목소리에 뉴트는 화들짝 놀라 뒤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지고있었고 큰 소리와 함께 미로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뉴트는 미로의 입구를 슬쩍 보고 부시시하게 올라온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왔다. 어떤 것이 꿈이고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분명 ‘이쪽’이 현실임에 틀림없지만 현실이 아닌 듯 부자연스럽다.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외쳐주었으면 좋을 상황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현실이라 소리칠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뚜렷하니까. 뉴트는 민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다시 자신의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침상은 잠시 나갔다 온 짧은 시간내 식어버려 차갑게 뉴트를 맞이했다. 꿈이라면 잠들 수 없겠지. 뉴트는 홀린 듯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비명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납게 울부짖는다. 뉴트는 천천히 눈을뜬다. 침상이 아닌 글레이드의 벌판에 누워있던 뉴트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있기에 이것은 현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 글레이드는 그리버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건가, 뉴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중앙으로 생각되는 방향엔 역시나 그리버들이 글레이더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이미 그리버의 발 밑에서 죽어버린 인원도 존재하는 듯 했다.
"젠장. 무슨 그리버가 이렇게 많아……!"
뉴트는 최대한 그리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무작정 숲속으로 뛰쳐들어갔다. 숲속에 그리버가 없을거란 보장은 없었지만 적어도 글레이드 중심보다는 나을거란 생각으로말이다. 맵 룸에 대피한 러너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뉴트는 발걸음을 돌렸다. 일단은 민호나 알비를 찾아 상황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힘이 빠질 무렵 맵 룸이 뉴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 있어?! 소리치며 달려 들어가자 안쪽에는 민호가 길게 깎은 나무 막대를 들고 서있었다. 피투성이인 다리를 빼고 그의 모습은 비교적 멀쩡해보였다. 뉴트인 것이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민호는 나무막대를 내려놓지 않았다.
"너. 뭐야."
"무슨 헛소리야. 머리라도 다쳤어?"
"닥쳐. 뉴트는 아까 죽었어. 그리버에게 찔려 죽는걸 아까 봤다고!"
민호는 뒷걸음질을 치며 금방이라도 뉴트를 찌를듯이 나무막대를 위협적으로 들이댔다. 상황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머리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뉴트의 주위가 어두워지고 민호와 자신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시야에 남는다. 뉴트는 민호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죽어? 내가?
그제서야 뉴트는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꿀럭꿀럭 피가 흘러나오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고통은 느껴지지않았지만 몸에 힘이 빠져갔다. 민호의 얼굴, 허리. 그렇게 시야가 낮아지고 결국 보이는 것은 민호의 발과 덮쳐온 어둠이었다.
지긋지긋해. 악몽이라면 깨어나야하는게 옳은 거 아냐? 뉴트는 무언가 중얼거리며 번쩍 눈을 떴다. 목이 너무나도 답답해 만져보자, 살이 부어올라 따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 정말 현실일까.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글레이드는 침묵에 휩싸여 있기에 또한 꿈과 같았다. 하지만 평화롭다. 이런 평화로움이 악몽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의 상태를 확인한다. 아니, 확인하려 했다. 발목의 끔찍한 고통이 아니었다면.
"윽……!"
"무리해서 일어나면 안 돼 병신아. 아직 발목이 다 낫지 않았어."
뉴트의 신음을 들었는지 밖에서 물을 들고 민호가 뛰쳐들어왔다. 발목이 다 낫지 않았다니? 뉴트의 물음에 민호는 이상하다는 듯 물을 건내며 대답을 해준다.
"……너. 기억 안나? 뛰어 내렸잖아."
뉴트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분명, 방금 민호가 자신이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어째서 다시 잠이 들었던거지? 그의 물음에 그림자가 대신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준다.
"너는 악몽을 꾸고 있는거야, 뉴트. 현실은 지옥. 꿈도 지옥. 사랑하는 민호를 보지 못하는 슬픔과 육체적인 고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가여운 뉴트. 깨어나지 못하는 너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어."
뉴트는 처음과 같은 상황에 떨어졌다. 잘려진 발목을 보며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꿈에서 깨기를 바라고 있다. 그림자는 자신의 거울이다. 하지만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이 악몽의 뒤에는 잠을 자고 있는 평온한 남자를 볼 수 있다. 그가 사랑하는 민호인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도 자신은 곧 잊어버리고 만다. 끝나지 않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지만 깨어난다는 것을 할 수 없다. 사실은 그림자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눈을 떠도 미로 안이라는 사실은 지옥 그 자체이다. 뉴트는 고개를 숙였다. 이 다음은 어떤 지옥같고도 달콤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까.
뉴트가 쓰러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간간히 발작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흐리멍텅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쓰러지기 일쑤였다. 한번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민호를 보고 그의 품안에 꽂혀있던 칼을 목에 가져다 대다 제지당해 쓰러지고, 한번은 발목을 잡고 미로를 향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글레이더들은 뉴트가 그리버에게 감염된 것은 아니냐 말이 많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발작이 일어날 때도, 그외의 뉴트의 병수발은 모두 민호의 몫이었다. 러너의 일과를 마치면 계속해서 뉴트의 곁에 남아서 밤새 그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상태를 관찰했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민호에게 뉴트를 맡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쉬, 뉴트. 오늘도 우리 둘이네."
민호는 붉게 손자국이 남은 뉴트의 목을 만지작거리다 중얼거렸다. 좋은 꿈 꾸고있냐, 이새끼야? 그리고 민호는 다시한번 두 손으로 뉴트의 목을 조른다. 숨이막힌 듯 간간히 기침을 히며 뉴트는 발버둥친다.
"나를 사랑하는 뉴트, 내가 사랑하는 뉴트. 악몽같은 사랑을 하게 되어서 힘들지? 하지만 너는 내 사랑, 꿈속에서도 사랑하고 있길 바란다."
민호는 웃으며 손을 풀고 키스를 건네었다.
분명 가슴을 관통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뉴트는 생생한 감각에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글레이드 내는 휑했고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리버의 존재가 느껴질 뿐. 어째서 글레이드 내에 그리버가?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뉴트는 몸을 움직였다. 건물 안에 몸을 숨기고 그리버를 보내자 갑자기 밝아지는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 아는 사람일터, 하지만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른 채, 뉴트는 그 사람에게 키스를 한다. 너는 이 밖의 두려움을 모르게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아. 어. 아침이야?”
“재깍재깍 잘도 일어나던게 왜이래? 러너들은 벌써 다 나갔어. 알비가 깨우지 말래서 안 깨우긴 했는데, 너 한끼는 먹어야지.”
“고마워.”
“알비?”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걱정마. 그보다 러너들이 출발한지는 얼마나 됐어?”
"무슨 헛소리야. 머리라도 다쳤어?"
"닥쳐. 뉴트는 아까 죽었어. 그리버에게 찔려 죽는걸 아까 봤다고!"
그제서야 뉴트는 자신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꿀럭꿀럭 피가 흘러나오고 입에서 피가 흘렀다. 고통은 느껴지지않았지만 몸에 힘이 빠져갔다. 민호의 얼굴, 허리. 그렇게 시야가 낮아지고 결국 보이는 것은 민호의 발과 덮쳐온 어둠이었다.
"무리해서 일어나면 안 돼 병신아. 아직 발목이 다 낫지 않았어."
뉴트가 쓰러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간간히 발작을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흐리멍텅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쓰러지기 일쑤였다. 한번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민호를 보고 그의 품안에 꽂혀있던 칼을 목에 가져다 대다 제지당해 쓰러지고, 한번은 발목을 잡고 미로를 향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글레이더들은 뉴트가 그리버에게 감염된 것은 아니냐 말이 많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발작이 일어날 때도, 그외의 뉴트의 병수발은 모두 민호의 몫이었다. 러너의 일과를 마치면 계속해서 뉴트의 곁에 남아서 밤새 그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상태를 관찰했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민호에게 뉴트를 맡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민호는 붉게 손자국이 남은 뉴트의 목을 만지작거리다 중얼거렸다. 좋은 꿈 꾸고있냐, 이새끼야? 그리고 민호는 다시한번 두 손으로 뉴트의 목을 조른다. 숨이막힌 듯 간간히 기침을 히며 뉴트는 발버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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