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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브렌*메딕] 의외의 선물
초콜릿, 사탕의 향기가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남녀의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연인들의 사랑스러운 말들이 지나가는 와중 멀찍이 떨어져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는 그들은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브렌. 아직 멀었어요?”
“당신이 내 안내를 받아서 가는 게 아니라 멋대로 먼저 가고 있지 않습니까! 나를 따라오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브렌을 따라가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닌걸요.”
메딕과 브렌이 한참을 다투며 가려 하는 곳은 바로 초콜릿 전문점이었다. 머지않은 발렌타인데이라는 인간들의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가장 유명하다는 상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목적은 당연하게도 단 하나였다. 하트 님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서.
사실 그들은 기념일을 챙길 생각이 없었다. 기념일이라는 것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축제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기쁨을 느끼던 하트의 지나간 한마디의 말이 메딕과 브렌을 절로 움직이게 하였다. 그저 인간들은 언제나 행복해 보여, 이 말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각자의 방법으로 알 수 있는 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쯤 이려나요?”
“하.”
브렌은 얼굴을 쉴 새 없이 닦으며 작은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분명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다고 인터넷상에는 나와 있었고, 주위를 둘러볼 때 브렌의 눈엔 모두가 몰려다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표정을 구긴 그의 앞에서 대비되도록 사뿐한 걸음으로 걸어 다니던 메딕은 황급히 우산으로 브렌의 어깨를 건드렸다. 말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브렌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메딕은 한껏 밝아진 얼굴로 앞을 가리켰다. 저쪽인가 봐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듯 브렌은 메딕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유독 사람들이 질서를 지켜 줄을 서고 있는 한 가게 앞은 북적북적 거리며 시끄러움이 더 했다.
“역시 예상대로 지금 사람이 가장 적군요. 저는 계산적이고, 총명하고, 완벽한……?”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딕은 줄에 합류해 가게의 알바생같이 보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아들고 있었다.
“어머.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하네요. 어서 들어가요.”
“……아.”
손에 들린 것은 뽑기 이벤트 종이었다. 사람이 많은 와중, 우선적으로 가게에 들어가 초콜릿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뽑기 이벤트에 당첨된 메딕은 브렌을 잡아 끌었다. 어쩜 이런 부분에서도 운이 좋은 건지. 애써 사람이 적을 시간을 알아온 브렌은 또다시 느껴지는 의문의 패배감에 그대로 메딕에게 이끌려 가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종류의 초콜릿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단연 인기가 많은 것은 다른 부류의 행사였다. 지정된 큰 초콜릿을 가져오면 그 위에 이름을 그 자리에서 써주고 돈을 더 내면 케이크까지 함께 증정해주는 일종의 발렌타인 특별 행사였다. 예약은 필요하지 않았고, 그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소식이 매년 들려올 정도였기에 밖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브렌과 메딕은 이리저리 하트에게 어울릴만한 초콜릿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하트에게.”
“여기서 제일 큰 거로 하도록 해요. 하트 님이 기뻐할 수 있도록.”
“메딕. 그 정도는 나도 압니다! 어린애에게 하듯 말하지 마시죠. 흠흠. 그럼 저쪽의 저건 어떨까요. 이 가게에 있는 것 중 가장 커 보입니다.”
“좋아요. 저걸로 해요.”
둘이 고른 초콜릿의 크기는 말 그대로 거대했다. 양손으로 끌어안고 들고 가야 할 크기였고 결국 점원의 도움을 받아 이름을 써주는 곳까지 가져가기에 성공했다.
“이름은 어떻게 써드릴까요?”
동시에 튀어나온 하트라는 이름에 점원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진지하고도 어린아이 같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에 점원은 이내 글씨를 큼지막하게 써내려갔다. 이름이라고 말하기엔 이름답지 않은 단어였고 길지도 않았기에 멋스럽게 쓰인 하트라는 이름이 그 무엇보다도 브렌과 메딕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자아. 브렌이 들어요.”
“당연히 제가 들어야겠죠, 이것도 예상했습니다.”
“아! 이것도 들어요.”
큰 박스에 포장된 초콜릿을 브렌의 양손에 얹어준 메딕은 방금 생각난 것처럼 옆쪽에 진열되어 있던 작은 초콜릿 하나를 들어 브렌에게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작은 초콜릿을 받아낸 브렌은 표정을 구기며 메딕을 쳐다보았지만, 이어진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먹던가요.”
“?”
“먹기 싫으면 하트 님 드릴 테니 알아서 해요. 자, 빨리 나가요!”
“날 주는 건가요.”
돈을 계산대에 던지듯 올려두고 메딕은 빠르게 가게를 나섰다. 부끄러워하는 거라 믿기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브렌의 마음이다. 그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메딕을 따라가 표정을 보고 싶었다. 퉁명스러운 얼굴이나 그냥 언제나와 같던 얼굴이나. 하트를 위해 준비한 초콜릿 위에 올려진 작은 초콜릿. 그 향이 왠지 모르게 좀 더 달콤하다고, 브렌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특촬 이성합작에 참여했던 작품입니다. http://heromance214.tistory.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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