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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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 문을 박차고 들어온 아키코는 의미모를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레 들려온 도판트의 출현 소식에 평화롭게 커피를 끓이던 사무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소한 향에 실려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곧 책을 덮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필립은 숨을 몰아쉬는 아키코의 어깨를 붙잡고 흥미롭군을 연발하며 쇼타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아키쨩이 우리한테 헛소리를 할까?
"…… 아 진짜! 자세히 말해봐!"
쇼타로는 답답한듯 의자를 퍽 치며 테이블에 기대었다. 갑자기 왜 도판트가, 그것도 몇 년간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욱 더 의문은 커져만 갔다.
"손톱! 손톱이 컸다구! 이따만큼 커서 도판트처럼은 안 생겼는데 도판트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어! 흡사 자라다만 도판트?"
"호오?"
"어디서 봤는데? 도망은 어떻게 쳤고?"
내 걱정이 먼저 아니냐고 바보야! 아키코는 꽥 비명을 질렀지만 친절히 사무실 앞의 사거리라고 대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찌릿하게 손 끝을 타고 오르는 사건의 느낌에 쇼타로는 필립을 바라보며 고개짓을 했다. 다녀온다, 무언의 눈빛과 함께 쇼타로는 모자를 집어들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거리를 굳이 찾아 갈 필요도 없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쇼타로의 길 안내를 해주었다. 엎어지듯 도망치는 사람들을 부축하고 피난시키며 도착한 그곳에는 부서진 무언가의 잔해들과 도판트로 보기에는 좀 더 단순한, 아키코의 설명처럼 손톱이 부각 된 괴물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필립. 변신이다!"
[기다려봐 쇼타로.]
"뭐?"
벨트를 들어올리던 쇼타로의 손이 멈췄다. 필립,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 순간 굉음과 함께 헬기가 머리 위로 접근했고 반문을 할 새도 없이 쇼타로는 갑자기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헬기의 문이 열리고 내리는 남자 둘. 그들은 쇼타로의 손에 들린 벨트와 비슷한 모양의 것을 허리에 차고 쇼타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차분하게 괴물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 이곳까지 인베스가."
"그걸 밝혀 내려고 우리 둘이 직접 이곳까지 온 거잖아? 이 마을도 꽤나 소문이 많던데 타카토라."
"……. 음."
인베스? 소문? 쇼타로는 데굴데굴 눈을 굴리며 상황파악을 해보려 애썼지만 눈 앞의 남자들은 수수께끼같은 문답만을 던질 뿐이었다. 곧 헬기는 높은 곳으로 멀어져갔고 그와 동시에 몰아치는 바람속에 변신, 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그리고 처음 쇼타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론과 레몬이었다. …… 과일이잖아?!
"오. 흥미로워. 정말로."
"과일, 과일이잖아. 어? 어? 필립. 내 눈이 잘못된게.아니지?"
"어이 필립. 이게 무슨 상황이라고 생각하냐?"
"레몬과 메론의 남자. 흥미로워. 키워드는…. 아까 헬기에 써져있던 유그드라실이라는 기업. 과일. 그리고 인베스……. 잠겨있잖아?"
"잠겨있다고?"
지구의 책장에 들어간 필립은 잠겨진 책을 꺼내보다 튕기듯 현재로 나와버려졌다. 읽을 수 없다니, 아니. 읽지 못하게 누군가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직감적으로 필립은 깨달았다. 이것을 읽고자 하면 분명 어떠한 일이 일어날거라고.
"돌아가자. 쇼타로."
"뭐야. 싱겁기는. 저 사람들이 흥미롭지 않냐?"
"딱히. 아, 저 사람들이 내 파트너보다 유능해 보여서 흥미롭기는 해."
"뭐, 뭐!?"
필립은 쇼타로에게 헬멧을 건네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농담으로 한 말이기도 했지만, 뒷 말은 자연스레 삼킨 채로 필립은 다시 한 번 앞 쪽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다시 볼 수 있겠지. 쇼타로는 헬멧을 받아 들고 툴툴거리며 얌전히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괜히 이상한 놈들만 후토에 늘고있다느니, 필립 너도 좀 더 신경을 쓰라느니. 쇼타로의 투덜거림에도 필립은 웃는 표정을 지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볼 수 없는 책과 새로운 적이 등장하는 미래라……. 쇼타로. 너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아니. 네가 내 파트너라서 다행이라고."
"…… 이자식! 새삼 그런 소리는 왜 하는거야! 이랬다 저랬다 알 수가 없네."
*
헬헤임의 침식이 어느 특정한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달려온 곳에서 이미 붕괴하고 있는 인베스를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열매를 너무 오랜시간 먹지 못해 말라 비틀어진 인베스는 가벼운 공격 한 방에 손쉽게 바스라졌다. 특이하게도 남겨진 손톱을 제외하고.
"수고했어 타카토라. 전투 데이터와 샘플까지 완벽해."
"그래.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지."
타카토라는 변신을 풀며 대답했고 다시금 내려오는 헬기의 바람에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흩날렸다. 료마는 샘플로 사용할 것을 비닐에 잘 넣어 헬기에 타고 있는 연구원에게 건넸고, 문득 생각이 났다는듯 주먹을 탁치며 타카토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저쪽에 서있던 일반인 둘. 드라이버를 들고 있던데. 처음보는 형식이었어."
"일반인이?"
"연구해보고 싶은데. 혹시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타카토라는 헬기에 올라타고는 료마를 바라보고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나쁘진 않겠군. 네 연구라면 지원하지. 돌아가자."
"도판트! 도판트가 방금 나왔다!"
"허어? 어이 아키코! 무슨 헛소리야?"
"호오?"
"어디서 봤는데? 도망은 어떻게 쳤고?"
[기다려봐 쇼타로.]
"뭐?"
"그걸 밝혀 내려고 우리 둘이 직접 이곳까지 온 거잖아? 이 마을도 꽤나 소문이 많던데 타카토라."
"……. 음."
"과일, 과일이잖아. 어? 어? 필립. 내 눈이 잘못된게.아니지?"
어느새 오토바이를 타고 옆에 도착한 필립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갑옷의 기사들과 인베스라는 존재들이라니. 필립은 신이난듯 들고 온 메모지에 현재 상황의 모든 것을 적어넣기 시작했다. 물론 쇼타로는 계속해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과일을 갑옷으로 바꾸어 변신한 남자들이 싸우기 시작한지 단 3분 후 괴물은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한 부분, 손톱을 남기고 말이다. 부서진 손톱 조각을 들고 레몬이 되었던 남자가 변신을 풀며 메론인 남자와 무언가를 중얼 거리더니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언뜻 엿듣기로는 이제야……. 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자세한 것은 들을 수 없었다.
"레몬과 메론의 남자. 흥미로워. 키워드는…. 아까 헬기에 써져있던 유그드라실이라는 기업. 과일. 그리고 인베스……. 잠겨있잖아?"
"잠겨있다고?"
"뭐야. 싱겁기는. 저 사람들이 흥미롭지 않냐?"
"딱히. 아, 저 사람들이 내 파트너보다 유능해 보여서 흥미롭기는 해."
"뭐, 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아니. 네가 내 파트너라서 다행이라고."
"…… 이자식! 새삼 그런 소리는 왜 하는거야! 이랬다 저랬다 알 수가 없네."
"그래.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지."
"일반인이?"
"연구해보고 싶은데. 혹시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흐응. 료마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타카토라를 바라보다 이내 창에 비치는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카토라. 네가 깨달을 쯤에는 이미 늦었을 거야. 내 연구는 이미 끝나고 있다고. 저 따위 알 수 없는 드라이버를 연구해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을 믿고 있는 너는 어쩜 이리 시시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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