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진 고우를 업고 간신히 문을 열자 싸하게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신노스케는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놓고 나갔었구나. 신발을 벗고 침대까지 걸어가는 몇 걸음조차 후들거리는 상태로 신노스케는 겨우겨우 고우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친 숨을 내쉬며 곤히 잠든 고우의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주자 곧 힘이 모두 빠져버린 듯 신노스케는 창문을 닫고 식탁의자에 쓰러지는 것 처럼 기대 앉았다. 술기운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는 와중에 몸에는 남은 힘조차 없다. 침대는 싱글, 고우가 모두 차지해 버렸으니 자신까지 눕기에는 너무 좁았다.


 "아. 지쳤다……."


 기분탓일까. 아까 울어버린게 원인이었던지 눈이 부은 것같다. 신노스케는 넥타이를 풀어 던지며 곧 식탁유리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동안만 이러고 있어야지. 차가워서 기분 좋네. 복잡해진 머리를 식혀주는 얼음처럼 식탁의 유리는 머리를 감싸 안아왔다. 

 꿈을 꾸는건가? 신노스케는 갑자기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양 손을 잡은 키리코와 고우, 앞서나가고 있는 체이스와 행복해 보이는 로이뮤드들. 뒤쪽에선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특상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흘러나오게 했다. 누군가 자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느낌에 한층 편해진 몸과 평화로운 그 공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신 형님……. 자고있……."
 "응?"


 고우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림과 동시에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인영들이 사라지고 스스로가 서있는 공간이 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강한 힘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신노스케는 균형을 잡을 수 없었고 놓친 손을 잡기위해 허우적거리며 순식간에 혼자남은 공허함을 달랠 수 없어 필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뻗었다. 어두워진 공간, 등을 쓰다듬은 감촉은 남아있지만 정작 왜 지금 곁에는 아무도 없어? 지난 밤과 같은 기분이었다. 모두는 각자의 길을 떠나고 가지만 왜 제자리에 머무른 느낌이 남아있을까. 눈물을 흘리는 건 어제로 멈췄어. 사실은 아버지가 아니라 내 자신이 사무치도록 쓸쓸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가지마. 가지마. 가지 말아줘…!"
 "신 형님? 왜 그래? 나 여기 있어."
 "……고우?"
 "뭐야. 꿈 꾼거야? 잘 자더니. 그러니까 어제 그냥 날 바닥에 두고 침대에서 잤어야지."

 꾸겨진 몸을 일으키자 덮혀있던 담요가 흘러내렸다. 보드라운 감촉은 담요 때문이었나, 깊이 생각할 새도 없이 걱정스러운 고우의 얼굴이 불쑥 가까이 다가와 신노스케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울었네? 오호라. 신 형님, 꿈에서 막 슬픈거 봤구나. 이거 혹시 나한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식탁에서 잔거야? 그렇다면 비밀로 해주지!"
 "그, 그런거 아니야. 하품해서 그런거야."
 "그으러어세에요? 신 형님 거짓말 참 못한다."




by 레슷 2015. 11. 1.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