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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신노스케] 커미션 A타입 J님 독백

레슷 2016. 6. 4. 00:21

[드라이브/토마리 신노스케] 위안

 

f. 커미션 Je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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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쉴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몰아쳐 오는 살인사건은 로이뮤드 문제와는 다른 또 다른 상황을 일으켰다. 적당히 정리되어 온 서류를 받아보는 일은 썩 유쾌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특상과에게도 일손을 빌릴 정도의 수습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에 스스로를 혹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래도 기뻤다.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 죽는다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됐지만, 반대로 자신이 좀 더 쓸모 있어진다는 마음이 한 쪽에 자리했다. 토마리 신노스케는 그렇게 생각했다.

 

***

 

 또다시 사건이 터졌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은 로이뮤드의 짓임을 의심하게 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똑같은 수법의 살인은 끔찍하게 토막 난 시체들을 맞추는 거로 사건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유독 깨끗한 얼굴, 하지만 그 아래로는 조각조각 나누어져 곳곳에 유기되어 있다. 중가속반응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으며 최근 들어 로이뮤드는 잠잠했다. 쥐죽은 듯 조용한 그들이 의심스러워 조사하고 싶어도 그럴 틈이 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삑삑이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증거물을 찾고 시신을 살펴보는 일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인력이 부족한 와중 설상가상으로 비가 내린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시민들의 수근거림을 묻어나갔다. 신노스케는 현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모를 로이뮤드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린나에게로 흘러들어오는 통신을 들으며 겨우 찾아낸 시체조각들을 회수하는 자신에게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깔끔한 절단선과 빗물에 섞여 흩어지는 핏물이 선하게도 비위를 역하게 만들었다. 집중해야한다. 집중하자.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다른 형사들, 경찰들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시민들을 멀리 밀어내고 밀어내도 수군거림은 멈추지 않았고 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식적인 뉴스는 평판조차 압박하고 있었다. 그 가면라이더가 합류했다라는 부담감으로 시민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려 한다. 잡히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지만, 표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처럼 안심시키려는 그들의 모습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건, 하지만 끔찍함은 그대로다. 일반이 희생된다는 점에서 다르게 보기는 어려웠다.

***

 

 현장에서 얻은 정보는 제로에 가까웠다. 열린 공간에서 이토록 하나의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이라니. 신노스케는 넥타이를 풀어내리며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기어를 탓했다. 모처럼의 비번날이었지만 쉴 수 없어 피곤한 건 둘째였다. 어질러진 집안에서의 여유따위는 사치다.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사건이 정리되어있는 파일을 순서대로 놓아두고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해나간다. 장소의 통일성은 없이 무차별적으로 죽은 사람이 벌써 30명에 육박했다. 로이뮤드 사건일 가능성을 뺄 수는 없지만 이렇다 할 증거와 행동들이 보이지도 않아. 이어지는 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도 어쩌면 다시 살인이 날 수 있다. 불안했다. 괜히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몸을 잠식했다. 애써 실마리를 잡아보고자 애꿎은 파일을 뒤적여본다.

문득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사건을 고민하던 도중 핸드폰이 울렸다. 조용했던 집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설마,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창문으로 달려가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신노스케, 네 집 앞에서 사건이 터졌다. 종일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그만둔다. 던져져 있던 옷을 걸치고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않은 채 현관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아직 늦지 않았을 거라 믿고 있다. 사이렌 소리에 놀라 뛰어나온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온 시야에는 식칼을 휘두르는 남자가 들어왔다. 침착해야 한다. 주위 경찰들에게 조심스레 자신이 경찰이란 것을 알렸다. 익숙한 얼굴들 사이를 지나며 절로 긴장되는 표정을 숨길 수 없어 입술을 깨물어본다. 범인은 칼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몸을 어정쩡하게 숙여 시야의 사각지대로 향해, 아직 그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불시에 기습해 피해자를 떨어뜨린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움직일 즈음이었다. 눈을 마주쳐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져 버린 일을 막을 틈이 있었으면 좋았을 터. 범인은 불안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다 결국 막을 새도 없이 자신의 품 안에서 떨고 있던 무고한 한 사람을 찔렀다.

 

***

 

 네 탓이 아니야. 모두가 그렇게 말한다. 싱겁지만은 않게 잡힌 범인을 잡아끌고 오는 손이 떨렸다. 다시금 눈앞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한 과거와 겹쳐져 보였다. 마침 하야세가 있는 병원이다, 그를 보러 갈까. 수술실의 앞에서 못에 박힌 사람마냥 기다리는 것은 피해자의 가족에게도 보이지 못할 일이다. 구하지 못한 죄인 같은 가면라이더가 이곳에 존재해도 그 무엇도 하지 못한다.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벗어난다. 하야세의 병실을 찾아간다면 이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든 위안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복도를 걷는 내내 흘러나오는 뉴스가 모두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듯했다. 신노스케가 막지 못한, 잡아온 범인은 연쇄 살인을 벌이던 용의자가 아니었다. 그저 연쇄토막살인에 동조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뿐이다.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앞서 원래의 임무를 그르치면 안 된다, 그것을 잊지 말자. 하야세의 병실 앞에 서자 거짓말처럼 그가 문을 열고 나온다. 신노스케! 짧게 자신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깊은 걱정을 담고 있었다. 애써 웃어 보이며 휠체어를 밀어 항상 함께하던 옥상으로 향했다. 한동안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하야세는 맑아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뉴스를 계속해서 듣고 누구보다도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을 것을 알고 있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는 이유다. 괜찮지 않겠지만,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자신의 등에 올려진 거칠면서도 다정한 위로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절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사고회로가 풀려버린다. 피식 웃어 보이는 스스로가 억지가 아닌 미소를 짓는 게 얼마 만이지? 자연스러운 바람이 부는 것만큼 부드러운 부분은 더는 찾을 수 없다. 고마워. 짧게 뱉은 한 마디에 하야세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많이 힘들어, 뒤에 이어질 말을 애써 삼킨 채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크게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게 쉽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는 건 꽤 황당한 일이라고 할 수있었다. 그동안 고민하던 자신의 죄책감과 막중한 부담감에서 벗어나지는 못해도 덜어낼 수는 있다. 고맙다는 말 대신 언제나처럼의 끄덕임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기지개를 켜본다. 저번과는 다른, 밝은 날에 힘을 얻어 이렇게 어두워할 필요가 없었다. 해결되지 않는 일에 점점 더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토마리 신노스케, 그 이름으로 자신이 해왔던 일들에 새삼스럽게 힘을 잃을 이유는 없었다.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면 됐다. 하야세도 알아챈 게 분명하다. 그의 웃음과 함께 덩달아 웃음소리가 옥상에 울리고 한층 나아진 기분으로 다시금 병원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피해자의 수술이 끝났다고 한다.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들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 덕에 이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면 완전히 구할 수 있었을 거라 위안 삼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서로 고개를 숙인다. 다음에는 좀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가면라이더가 아닌 인간으로, 형사의 입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문득 분위기를 깨버리는 전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끼고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본다. 수신인은 키리코, 특상과의 일이 아니고서야 지금 그녀에게 연락이 올 일은 없었다. 양해를 구해 자리에서 벗어나 별일 없는 것처럼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오랜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도 걱정이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다. 특상과에 들를 시간이 없던 것은 사실이고 뉴스로만 접할 수 있던 자신의 버디에 대한 상냥함이 느껴져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로이뮤드 사건이니 돌아와 주세요, 토마리 선배. 살인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힘들어도 지금 당장 당신이 필요해요. 바로 달려간다는 말을 짧게 건넨 뒤 병원을 나서는 걸음에 무게가 실렸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자신은 모자라다. 계속되는 사건을 모른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먼저 챙겨야 할 사건이 생긴 이상 쳐져 있을 시간 따위 없었다. 멈춰있을 시기는 지났다. 늘어져 있던 넥타이를 고쳐매고 마중나온 트라이도론에 올라타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인 벨트 씨를 잡고 웃어본다. 기분 좋은 일이 있나? 신노스케. 벨트 씨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다. 그저 내가 웃는 이유는 힘을 내기 위한 거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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